DS·IM 간담회 이어 CE 점검…JY, 매주 수뇌부 만나 비상경영 진두지휘

['위기론' 꺼낸 이재용]
DS-반도체부문·
IM-스마트폰부문
CE-소비자가전부문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경영환경 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영진들과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 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 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 /서울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월에만 최고경영진 전략회의를 세 번 소집했다. 지난 1일과 13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간담회를, 14일에는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인터넷모바일(IM) 부문 간담회를 가졌다. 이뿐 아니다. 17일에는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략 사업을, 이후에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을 점검한다. 빡빡한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간 이 부회장은 경영 점검에 나서더라도 수면 아래서 ‘로키(low key)’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그의 행보는 사뭇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따라온다.

달리 보면 현 상황이 비상경영을 단행할 만큼 엄중하다는 의미다. 당장 삼성의 전 비즈니스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권에 휩싸여 있다. 삼성의 버팀목인 반도체만 해도 반(反)화웨이 전선이 무역분쟁의 최대 화약고로 변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조차 어렵다. 이미 미국의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을 비롯해 구글·퀄컴 등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고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영국의 ARM, 세계 3위 반도체 장비 업체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국과의 거래를 줄여 삼성에 반사이익이 점쳐진다는 진단이 있는가 하면 미국이 삼성에도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해 결국 삼성이 중국에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만큼 철저한 시장 모니터링과 총수 차원의 물밑 외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이달 1일에 이어 2주도 안 된 13일 반도체 최고경영자(CEO)들을 다시 소집해 대책을 숙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유럽 등 전 세계가 기준 금리 인상을 당연시할 만큼 글로벌 경기 침체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며 “메모리 회복 국면도 올 하반기에서 더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反화웨이發 불확실성 커지자

사업부마다 시나리오별 진단 등

무역분쟁 따른 영향 꼼꼼히 따져

로키방식 벗어나 전면 진두지휘

“어수선한 내부 다잡기” 해석도




이 부회장은 특히 두 차례 회동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육성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30년 비메모리 1위’를 위한 133조원 투자 집행 현황과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을 꼼꼼히 따졌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화웨이 제재로 비즈니스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IM 사업부도 각별히 챙기고 있다.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5세대(5G) 장비의 경우 삼성의 올 1·4분기 점유율은 37%(델오로 기준)로 화웨이(28%)·에릭손(27%)·노키아(8%)를 모두 제쳤다. 한자릿수였던 삼성의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에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폴더블폰 출시, 5G 시장 개화 등으로 이슈가 많은 스마트폰 시장도 화웨이 제재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화웨이는 폴더블폰 출시를 연기하는 등 사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도 14일 미국 주도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시장 구도 변화를 보고받고 시장 대응에 만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현재 시장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포화 상태로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인데 보호주의 무역 기조까지 겹치면서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환경 아니냐”며 “(이 부회장이) 창업의 도전정신을 거론한 것은 수세적 경영으로는 난국을 헤쳐 가기 어렵다는 절박감의 발로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삼성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으로 사업부마다 유불리가 엇갈려 고려할 게 많다”며 “이런 것들을 시나리오별로 점검하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으로는 이 부회장의 최근 의욕적인 행보가 그룹의 어수선한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고 분식회계 논란에 따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도 검찰 수사가 막판을 향해 가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이런 일들로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를 방치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삼성이 안팎의 악재로 미중 무역분쟁의 빈틈을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자신이 건재하고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리고자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간담회를 통해 5G 이후의 6G 이동통신, 블록체인, 차세대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를 점검하는 등 삼성의 미래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며 “자칫 어수선할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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