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말로만 탄력근로 급하다는 국회

정치부 하정연 기자


“내부적으로도 6개월 정도면 큰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이기는 한데, 급할 건 없다는 생각이 큽니다. 저희로서는 최저임금·주휴수당 쪽에서 협상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게 많으니까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의 처리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6월 국회가 열린다면 단위기간 협상을 ‘지렛대’ 삼아 다른 노동 입법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당이 쥐고 있는 ‘단위기간 1년으로 확대’ 카드를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내려놓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한국당은 지난 4월에도 탄력근로제 논의장에서 갑작스럽게 추가 조건을 내건 바 있다. 당시 협상 결렬의 책임을 전부 한국당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한국당에 상당한 책임이 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논의 과정을 쭉 돌이켜보면 입법 무산의 책임을 한국당에만 지울 수는 없다. 여야는 지난해 11월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입법의 연내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합의를 이룰 때까지 국회가 기다려달라’고 주문하며 여당은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야권은 여당이 민주노총 눈치에 여야 합의를 뒤집고 말을 바꿨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환노위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결국 경사노위 합의가 불발돼 공이 국회로 넘어왔지만 이때는 여야 간 정쟁이 또 발목을 잡았다. 드루킹 사건,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며 탄력근로제 논의는 저편으로 밀려났다. 여야는 4·3보궐선거 등을 이유로 소위원회 개최를 취소하기도 했다. 선거 직전에 노사 이견이 첨예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됐다.

국회가 지난 1년간 제각기 탄력근로제 입법의 시급성을 외치면서도 법안을 본격 심의한 게 4월3일 소위 단 하루였다는 사실은 국회의 비정상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데는 여야 공히 책임이 있다. 여야는 하루빨리 탄력근로제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7월이 되면 주 52시간 근로제가 확대 적용된다. 민생을 위해 당리는 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ellenah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