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경기장 절반 물들인 ‘붉은 물결’···“U-20 대표팀 덕분에 행복했다"

7시간 전 줄선 시민, 동문쪽 추가 개방
약 3만명 관중들, 경기장 절반 수놓아
아쉬운 패배에도 “6월 동안 행복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대형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허진 기자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을 응원하기 위해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이 관중석 절반을 붉게 물들였다./허진 기자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대표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날 남자 축구 최초의 세계 무대 우승을 지켜보기 위해 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결승을 7시간 앞둔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 북문 앞은 거리응원을 위해 발걸음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2시간이 지나 오후 8시, 수백명이 넘는 시민들이 긴 줄을 이루자 주최 측은 예상보다 이른 시간인 오후 8시30분께 경기장 문을 개방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총 6만 9,000여명을 수용하는 월드컵경기장 절반을 채웠다. 시민들이 제각각 입고 온 붉은 티셔츠, 붉은 빛이 점멸하는 ‘악마 뿔’ 머리띠, 휴대폰 플래시 등이 관중석을 붉은 빛으로 수놓았다. 주최 측 관계자는 “경기장 동문 절반만 입장시킬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셔서 동문 전체를 개방하게 됐다”고 밝혔다. 술에 취한 시민이 작은 소동을 벌이는 일도 있었지만 주최 측에 따르면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시민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 열기를 끌어올렸다. 남자 아이돌 ‘스펙트럼’과 밴드 ‘트랙스픽션’이 사전 공연이 흥을 돋우었다. 특히 축구 게임 배경음악으로도 익숙한 트랙스픽션의 ‘승리를 위하여’ 등이 울려퍼질 때 일부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경기 시작 후 2분여 만에 패널티킥 선언 여부를 놓고 ‘비디오판독(Video Assistant Referees)’이 진행되자 응원 분위기는 이른 시간부터 무르익었다. 패널티킥이 선언되고 이강인 선수가 공 앞에 서자 수만 인파가 이강인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후 대표팀은 전반 33분과 후반 7분 내리 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지만 응원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졌다. 결국 후반 43분에 한 골을 더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일부 시민들은 응원 목소리를 더 크게 내기도 했다.

경기 5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한 백민호(39) 씨는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보여 더 좋았고 아쉬웠다”며 “소속팀으로 돌아갈텐데 거기서도 준비 잘해서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6월 한달 간 선수들 덕분에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이유진(17) 씨 역시 “그래도 결승까지 좋은 모습 보여준 태극전사들 힘 냈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은 폴란드가서 시차적응하는데 어려웠을텐데 오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응원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