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환경오염 프레임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은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석탄화력발전 업계, 고로 가동 중단 조치 파문이 진행 중인 철강 업계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포퓰리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뒤부터 대기 질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정부도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발전소 폐기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석탄화력발전소를 집중 관리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이 부당하다며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6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에너지 산업의 초미세먼지 직접 배출량(2015년 기준)은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이는 자동차 등 도로 이동수단에서 배출되는 양(8.9%)보다도 낮은 것이다. 업계는 지속적인 환경설비 투자로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배출량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최근 투자한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정부가 친환경 발전원이라고 강조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배출량에 비해서도 80% 수준에 불과하다”며 “석탄화력발전이라는 이름 때문에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먼지 상태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 양은 약 30%뿐이고 70%는 다른 물질이 공기 중의 황산화물·질소산화물과 결합해 2차 생성되는 경우”라며 “하지만 이 2차 생성과 관련된 정확한 배출량 통계치는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뿐 아니라 학계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배출원과 관련 규제의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철강 업계도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고로 가동중단 조치를 풀어보려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자체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고로 정비 때 안전밸브(블리더)를 개방하면 오염물질이 ‘불법’ 배출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철강 업계는 “밸브 개방 때 나오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이고 가스 배출량은 2,000㏄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 시 10여일간 배출하는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 제철소가 위치한 포항과 광양 지역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각각 39㎍/㎥와 37㎍/㎥로 전국 96개 시·군 평균인 45㎍/㎥보다 낮았다. 포스코 전체 사업장의 황산화물 배출량도 2016년 2만5,800톤에서 2017년 2만5,000톤, 지난해 2만4,200톤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2017년 3만6,100톤에서 지난해 3만9,200톤으로 증가했지만 2016년의 3만9,100톤과는 큰 차이가 없다. 철강협회가 올해 1월부터 4개월간 포항제철소 인근 지역의 대기환경을 조사한 결과 안전밸브를 열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미세먼지(PM10), 일산화탄소(CO), 황산화물(SO2), 질소산화물(NO2) 수준이 큰 차이가 없었다.
고로 안전밸브 개방 규제에 나선 것은 한국뿐이다. 독일은 안전밸브 개방을 일반적 고로 정비 절차로 인정하는 등 관련 규제가 없고 일본 등 다른 철강 선진국에서도 밸브 개방을 대안 없는 방법으로 인정해 규제하지 않고 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업 자체의 특성상 유해물질이 아예 배출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업계도 이를 인식하고 포스코 1조700억원, 현대제철 5,300억원 등 대규모 환경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미세먼지가 이슈화된다고 문제가 없는 공정까지 미세먼지의 원흉인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