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상현 “정부, 화웨이 갈등에 땜질 대응만…우물쭈물하면 제2사드 사태"

■ 국회 외통위원장 인터뷰
최근 中 추궈홍·美 랩슨과 잇따라 회동
"中, 美가 일방적·불공정하다고 해"
"美는 한미동맹 차원 조치 필요 강조"


윤상현(사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자유한국당 소속)이 “중국 화웨이 5G 장비 문제가 우리에게 ‘제2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분명한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미중 간 기술·패권·군사경쟁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화웨이 문제는 예고됐던 것”이라며 “외교·통상 분야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메시지를 일관되게 주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데 정부가 늦었다. 미중이 한마디씩 하면 그때마다 땜질식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민간 기업에 관여할 수 없고 단 군사안보·기간산업 등에 화웨이로 인한 문제가 있다면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단호하게 밝히는 게 최선”이라고 제언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사드 배치를 놓고 미중 사이에 끼어 막대한 경제 피해까지 입었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상현(오른쪽)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로 예방한 추궈홍(왼쪽) 주한 중국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 위원장은 지난 12일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 14일 로버트 랩슨 주한 미 부대사를 만나 미중의 입장을 모두 들었다. 그는 “미중 간 입장 차이가 아주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선 추 대사는 최근 중국 정부가 삼성·SK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관계자를 부른 것에 대해 “압박은 없었고 중국에서 기업 하는 상황을 ‘점검’한 것”이라며 “언론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윤 위원장은 설명했다. 추 대사는 “화웨이 장비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미국이 일방적·불공정·비도덕하게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며 “중국은 한국 정부가 화웨이 제품의 사용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현(오른쪽)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로버트 랩슨 주한미 대사관 부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반해 랩슨 부대사는 “화웨이가 안전하다는 확신이 안 든다”며 “한미 안보에 위험이 크니 한미 동맹 차원에서 한국이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고 윤 위원장은 소개했다. 랩슨 부대사는 “미국은 4G 때부터 화웨이 장비 사용은 한미 안보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한미가 민감한 군사데이터를 공유할 때는 (보안에) 완벽한 장치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사와의 면담은 윤 위원장 측에서 요청했다. 반면 랩슨 부대사와의 면담은 미국의 요구였다. 윤 위원장은 “미국에 있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한국에 돌아오는 22일 이후 만나려고 했는데 미 대사관 쪽에서 긴급하다고 해 성사됐다”고 전했다. 추 대사가 12일 국회를 찾은 것을 미국도 신경 쓴 것으로 해석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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