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AMC(자산운용사)와 NH리츠운용이 10월 대형 리츠 상장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리츠란 오피스 빌딩이나 상업시설 등에 투자해 여기서 나오는 임대수입을 배당하는 간접부동산 투자상품이다.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 실패 이후 리츠 상장시장에 찬바람이 불었으나 금리 하락과 기존 리츠 주식의 급등세로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하반기 대형 리츠 IPO(기업공개)의 큰 장(場)이 설 예정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롯데AMC, 한국투자증권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롯데리츠’관련 기업설명회(NDR)을 최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청약 저조로 홈플러스 리츠 상장이 무산된 후 롯데 측은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오는 10월 상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측은 홈플러스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여러 ‘흥행 요소’를 배치했다. 우선 롯데쇼핑이 임차인이자 주요 투자자로 있는 ‘앵커리츠’로 설립한다. 롯데가 보유 부동산을 리츠에 넘기고 발을 빼는 게 아니라, 끝까지 리츠의 주요 주주로 남아 임대 운용에 신경을 쓰겠다는 뜻이다. 롯데리츠의 전체 자산규모는 1조5,000억원인데 이중 롯데쇼핑이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현물출자한 지분 4,200억원을 지속적으로 보유할 방침이다. 이외에 약 5,000억원의 자본은 공모를 통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다. 총 자본 규모는 9,000억원 선으로 추후 증자 또는 주가 상승을 통해 시가총액이 1조원이 되면 글로벌 리츠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점도 롯데측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차입금을 대출이 아닌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한다는 점이다. 총 자산에서 자본을 뺀 나머지 약 6,000억원에 대해 롯데리츠는 채권 발행할 계획이다. 기존 리츠들은 금융권 대출을 이용했다. 최근 우량 회사채 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황이어서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어 이 같이 결정했다. 이를 통해 롯데 측은 배당수익을 약 6%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복안이다.
또 마트보다는 백화점 위주로 자산을 편입해 임대수입의 안정성도 높였다. 백화점은 강남점뿐만 아니라 구리점, 창원점, 광주점 등을 담을 예정이며 마트는 김해점·의왕점,아울렛은 대구율하점·청주점 등을 담는다.
NH리츠운용도 업계 최초로 재간접 리츠의 10월 상장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재간접 리츠란 실물 부동산에 투자된 펀드나 리츠의 수익증권에 분산 투자하는 리츠로 ‘재간접 펀드’와 유사하다. 이를 위해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에 리츠영업인가를 신청했다. 재간접리츠에 담을 자산은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 삼성물산 서초사옥, N타워, 잠실 삼성SDS타워 등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4개의 일부 지분을 담는다. 이들 빌딩은 NH투자증권이 매입해 상당 부분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셀다운(재매각)을 한 물건들이다. 상장 규모는 우선 1,180억원 선이 될 전망이다. 운용사의 지분투자 여부는 미정이다. 배당수익률은 5%선으로 예상된다. NH리츠운용 관계자는 “상장 이후 추가로 기존 펀드나 리츠의 지분을 담거나 실물 부동산도 가능하면 편입해 시가총액 규모를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리츠 상장 이후 주춤했던 대형 리츠 상장에 운용사들이 속도를 내는 이유는 시장 상황이 최근 우호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우선 투자자들의 이해도와 관심이 예전과 달리 높아졌다. 유이(唯二)한 대형 상장리츠인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가 각각 연초 이후 25.6%, 15.1% 뛰면서 생소한 투자상품이었던 리츠의 성과가 눈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 코스피지수가 2.7% 오르는 데 그쳤다. 저금리 기조로 배당 수익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진 점도 호재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위원은 “설명회를 다녀보면 투자자들의 관심와 이해도가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음을 체감한다”며 “조 단위 대형 리츠의 공모 상장에 대한 시장 여건이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