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소경제 주도권 잡으려면 국제협력 서둘러야 한다

일본이 15일 자국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미국·유럽과 수소에너지 기술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에는 “일본·미국·유럽은 수소와 연료전지의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결속을 강화하고 비용을 줄여 이용 확대로 연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 경제 관련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키워나가는 곳은 한국과 일본 정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차도 개발하고 수소 운반·저장기술에서도 상대적으로 앞서 가고 있는 일본이 미국·유럽과의 협력을 선언한 것은 우리에게 수소 경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참에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을 눌러놓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수소 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로 했다. 2040년까지 620만대의 수소차를 생산하고 늘어나는 수소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수소 생산을 올해 13만톤 수준에서 2040년 526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가 이렇게 의욕적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계획대로 수소 경제를 실현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수소 경제의 핵심 분야인 수소 생산을 봐도 연료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기술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북유럽 순방길에서 수전해 기술 강국인 노르웨이와 협력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더 큰 이유는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데 있다. 기술이 제아무리 좋더라도 표준 제정을 주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한국 이동통신의 10년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평가받던 와이브로가 도입 국가를 확보하는 데 실패해 국제표준에서 밀린 채 사라진 것을 고려하면 미국·유럽 등 큰 시장을 갖고 있는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미국·유럽은 물론 다른 국가들과도 수소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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