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 중앙정부는 행정장관과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법에 따른 통치를 계속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시위대가 요구하는 행정장관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교체설’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는 게 외신들의 진단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창 런던대 중국연구소 소장은 “중국 정부가 시위대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당장 그를 내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적당한 구실을 찾을 것”이라며 “시 주석은 정책에 실패한 관료를 용납하는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당국은 이달 말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홍콩 사태가 시 주석에게 큰 부담을 줬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치부인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공격받을 빌미를 제공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CBS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난다면 홍콩 문제도 분명히 지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리 람 장관에 대한 불만은 그의 최대 지지 기반인 친중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송환법 반대로 시작한 시위대의 분노가 이제는 집값과 빈부 격차 등 홍콩의 고질적인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데 대해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구성원인 한 친중파 의원은 “캐리 람의 실책으로 홍콩인들은 이제 집값 급등, 계층상승 좌절 등 근본적인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며 “전날 시위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은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