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 2년째로 접어들면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펀드 출시 후 급격하게 늘어난 전환사채(CB) 발행 물량과 함께 최근 위축된 기업공개(IPO) 시장이 수익률 회복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빡빡해진 회계 감사로 상장폐지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점도 코스닥 투자를 기피하는 악재로 꼽힌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는 연초 이후 11.1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이 -2.45%지만 올 들어 손실 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증권펀드 1(주식혼합)C-W’가 연초 후 15.86%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고 ‘현대코스닥벤처증권펀드 1[주식혼합]종류A’가 14.52%로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해 4월 출시됐다.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 해제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주식과 무담보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이 흔들리면서 수익률이 급락했지만 올 들어 반등세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향후 순항 여부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펀드의 성과를 억누를 수 있는 환경들이 곳곳에 잠재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펀드 출시 후 급격하게 늘어난 CB 물량이 큰 부담이다. 지난해 유가증권 및 코스닥 기업들의 CB 발행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전년도보다 20%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급증한 CB가 주식으로 바뀔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IPO 시장이 부진한 점도 수익률 제고에 걸림돌이다. 최근 주식 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서고 기업의 투명성이 부각되면서 당초 기대를 모았던 IPO 대어들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하반기 역시 IPO 시장이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대어급 기업들의 IPO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계속 엇갈리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IPO 시장에서 대어급 기업의 실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는 특혜를 통해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는데 IPO 시장 침체로 펀드의 주 수익원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빡빡해진 회계 감사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엄격해진 회계 감사의 여파로 지난해부터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폐지되는 기업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깐깐해진 회계 문제로 코스닥 기업들이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게 되는 등 위기가 발생하면 펀드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정 탓에 코스닥벤처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연초 후 수익률이 나아졌는데도 코스닥벤처펀드에서는 1,672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