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005500)이 분기 순이익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을 선급금으로 계상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이 선급금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비용처리 가능성 및 시기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세무조사에 따른 법인세 추징금 비용 처리로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바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지난 1·4분기 선급금 규모를 247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연말의 22억원에 비해 225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선급금은 통상 원재료 매입 등을 위해 선지급한 금액으로 회계기준상 자산으로 계상된다. 우선 자산으로 계상되지만 언제든지 비용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 주당순이익(EPS)에도 부정적 영향이 가능하다.
물론 선급금이 늘어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원재료 등 재고자산을 매입하며 발생하는 선급금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선급금이 전년 말에 비해 10배 이상 크게 늘었음에도 용도에 대해 알 수 없어 투자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삼진제약의 1·4분기 순이익은 115억원으로 247억원의 선급금이 모두 비용처리 된다면 반기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모두 깎아 먹을 수 있다. 업계는 또 선급금이 상품 등 재고자산 매입에 쓰였다고 보기엔 금액이 너무 크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삼진제약은 늘어난 선급금의 정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일반주주는 물론 증권사 관계자들에게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용으로 처리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시기와 규모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이나 소송 관련 비용은 아니며 해당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의 5% 이상 선급금을 지급하는 경우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단일 건 기준) 선급금이 자본의 5% 이상 지급됐음에도 공시하지 않는 것은 사안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선급금 자산이 모두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 회계사는 “신약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 등 다른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선급금 계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금융당국 규정과 같이 주주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삼진제약은 지난해에도 세무조사에 따른 법인세 추징금으로 197억원을 납부했다. 이에 당기순이익이 2017년 358억원에서 252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한 회계전문가는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이 선급금 20억원의 실재성에 대한 의심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빠졌다”며 “자산 대비 선급금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 투자자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