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반도체 등 수출기업 실적 부진에 공기업 실적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로 유동성이 떨어진 기업들이 대출을 늘리면서 안전성 지표인 부채비율까지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도 형성됐다.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4%로 지난 2016년 3·4분기 이후 2년 반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한은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이 감소하고 제조업 ICT 출하지수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비제조업 매출액 역시 전기가스 및 건설업을 중심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전기가스의 경우 한전이 역대 최악의 1·4분기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실제 한전은 올해 1·4분기 6,29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한전을 포함한 전기가스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8%를 기록했고 건설업 역시 -6.0%로 나타났다.
장사가 잘 안 되니(매출감소) 자연스레 수익성도 떨어졌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이 9.1%에서 5.7%로, 비제조업이 5.4%에서 4.6%로 각각 하락했다. 세전순이익률도 5.8%로 지난해 같은 기간(8.2%)에 못 미쳤다. 이익률 하락은 대기업(7.7%→5.1%)과 중소기업(6.7%→6.0%)을 가리지 않았다.
수익성 하락은 안정성 악화로 이어졌다. 부채비율은 86.7%로 전 분기(82.1%)보다 상승했고 차입금 의존도도 22.8%로 전 분기(21.8%)보다 올랐다. 매출이 줄어들자 부족한 현금을 대출로 매운 것이다. 실제 지난 1·4분기 기업 대출금은 증가세가 확대됐다. 한은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중 예금 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140조 9,000억원으로 전기 말 대비 19조 6,000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전 분기 증가폭인 14조 3,000억원 대비 5조 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다만 한은은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회계기준 변경으로 올해부터 운용리스가 자산 및 부채로 인식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운용리스는 주로 항공기와 점포 등 도소매·운수업에 많다”며 “리스자산과 리스부채가 재무제표에 반영돼 부채와 자산이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