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 선원 유해, 40여년 만에 고국 품으로

스페인 등에 묻혀 있던 유골 3위
해수부, 유가족 요청에 국내 이장

이횡권(왼쪽) 라스팔마스 한인회장이 해양수산부 관계자에게 현지에 묻힌 원양선원의 유골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해양수산부

지난 1970~1980년대 세계의 바다 곳곳을 누비다 해외에 잠든 원양어선 선원의 유골 3위가 40여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해양수산부는 스페인 라스팔마스와 사모아에 묻혀 있던 원양선원 유골 3위를 국내로 이장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고국 땅을 밟는 망자는 1977년 사모아에 묻힌 하모씨와 1979년과 1981년 라스팔마스에 안장된 김모씨·조모씨이다. 해수부는 유골이 국내로 돌아오는 오는 26일 오전11시 서울역에서 추모행사를 가진 후 유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유골 3위의 이장으로 국내에 돌아온 원양선원의 유골은 총 31위로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 287위의 유해는 해외에 남겨져 있다.


이들이 40년 가까이 지나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은 유가족들의 요청 때문이다. 해수부는 2014년부터 유족이 희망하면 정부 내 협의를 거쳐 원양어선 선원 유골을 국내로 옮겨와 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원양어선 선원 유골의 국내 이장 사업을 위탁받아 추진해온 한국원양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망 당시 회사 측에서 연락을 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연락을 받더라도 여러 사정으로 유골을 국내에 들여오지 못한 유족들이 있다”며 “이번 이장은 유가족들이 언론보도를 보거나 다른 통로로 소식을 듣고 유골을 가족 품으로 돌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족들이 겉으로는 덤덤한 표정을 짓지만 실상 얘기를 하다 보면 상당히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해수부는 2002년부터 해외 선원묘지 정비 사업으로 라스팔마스·테네리페·사모아 등 7개국에 있는 318기의 묘지를 보수하고 한인회 등의 도움을 받아 관리해왔다. 해수부는 “라스팔마스와 테네리페는 원양어선이 조업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대표적 황금어장”이라며 “이곳을 중심으로 대서양 어업활동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우리나라의 원양어업은 1957년 시험조사선 ‘지남호’의 출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오대양에서 외화 획득, 국위 선양, 민간 외교에 이바지해왔다. 1971년 원양수산물 수출액은 5,500만달러로 당시 총수출액의 5%를 차지하기도 했다. 원양어업이 발전하면서 선원들도 크게 증가해 1977년에는 2만2,000여명의 선원이 원양어선 850척을 타고 오대양을 누볐다. 이 가운데는 불의의 사고로 순직하거나 여러 사정으로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타지에서 삶을 마감한 사례도 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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