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표류·성장률 하락에…하반기 경제정책방향 7월로 연기

세수여건 어려워 추가감세 쉽잖아
경기활력 방안 마련 고민도 깊어져

정부가 통상 6월 말 발표해왔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다음달에 발표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두 달 가까이 표류하면서 그 나비효과로 성장률 하향 조정과 경기부양책 마련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추경을 둘러싼 국회 상황도 봐야 하고 다음주 중후반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일정으로 (발표 시기가) 유동적”이라며 오는 7월 초로 발표가 연기됐음을 시사했다. 추경은 이달 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여야 4당이 20일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이렇게 되면 추경 집행도 7월 이후로 지연될 수밖에 없어 향후 불용예산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또 당초 기대했던 0.1%포인트 성장률 제고 효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현재 2.6~2.7%)를 2.5% 내외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기재부의 머릿속이 더딘 반도체 회복세와 추경으로 더 복잡해지는 것이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2.4% 아래는 야당을 비롯해 정책 실기의 비판 뭇매를 맞는 부담이 있고 2.5% 내외는 기존 전망치보다 불과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일 수 있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수 및 투자 활성화 대책 등 경기활력 방안 마련도 만만찮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세수호황이 올해부터 막을 내리고 세수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 감세 카드를 내놓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 증권거래세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3년 연장 등 다수의 감세정책을 소진한 것도 추가 세제혜택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감세보다는 규제 완화 방안을 주로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마저 각종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시기는 6월을 넘긴 경우가 거의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2017년에는 7월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지만 당시는 문재인 정부가 5월에 갑작스레 출범했다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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