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글로벌 해외 공장 폐쇄 두 곳 중에 한 곳은 어딘지 아시죠?”
최근 미국 GM 본사 임원을 만난 자동차업계 고위관계자는 아찔한 발언을 들었다. 지난해 메리 배라 GM 회장은 북미에서 1만8,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전 세계 7개 공장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올해 말 수익이 나지 않는 해외 공장 두 곳의 문을 더 닫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네트워크 사업 등 미래 차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 중국을 제외하면 공장 폐쇄의 과녁 위에는 한국과 브라질 두 곳이 남는다. 미국 본사와 산업은행이 약 8조원을 투입해 경영정상화에 돌입한 한국GM은 지난해도 6,1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무려 5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올해 반드시 흑자를 봐야 글로벌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
이달 한국 본사 사무조직인 영업·마케팅·서비스(VSSM) 부문에 대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GM은 연구개발(R&D) 조직(약 3,000명)이 글로벌 본사 소속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로 법인 분리됐다. 남은 인력은 사무직 2,000여명, 생산직 7,000여명이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로 약 3,000명이 감원된 생산조직에서 인건비를 더 줄이기는 어렵다. 이에 사무조직 우선 구조조정을 단행해 흑자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창원공장이 최근 생산 대수를 줄이고 있는 점도 심상치 않다”며 “칼자루를 쥔 글로벌 GM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가늠하기 힘든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생산직 노조가 벼랑 끝에 몰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점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8,000억원을 지원받는 등 경영정상화 때 양보한 복지혜택을 원상 복구하고 기본급 약 12만원을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노사는 올해 임단협 협상 장소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다. 23일께 나올 결과에서 쟁의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파업권을 확보한다. 파업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GM 노조는 20일까지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에 나선다. 쟁의조정 중지와 파업 투표가 가결되면 12개월간 직장 부분폐쇄와 대규모 주문 취소를 겪었던 르노삼성자동차의 사태가 한국GM에서 재연될 수 있다.
더욱이 르노삼성차에 이어 한국GM마저 노사분규에 또 휘말리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한국의 위상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한국GM(-14.4%)과 르노삼성차(-18.3%) 등의 생산이 줄며 3년 연속 자동차생산이 감소했다. 올해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인 연 400만대 생산도 위태롭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도 이익의 30% 배분과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칫 하반기 완성차 업계가 투쟁으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산업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도 강경 투쟁을 일삼는 노조를 글로벌 본사들도 그냥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된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투쟁이 격화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장 일시 폐쇄 등 강한 충격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차 산업은 1년마다 임금협상을 하다 볼일 다 보는 구조”라며 “무리한 요구보다 좋은 차를 더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