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증시 약세장 속에서도 주요 증권주들이 상승세를 타며 올해 최고가를 속속 터치하고 있다. 지난 1·4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거뒀고 2·4분기에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채권 평가 이익 증가, 주가연계증권(ELS) 조기 상환 증가, 부동산 등 투자금융(IB) 사업 확대가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 리테일 수수료에 의존하며 증시 상황에 따라 등락이 엇갈렸던 대표적인 저평가주였던 증권주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금융지주(071050)가 4.83% 오르는 등 주요 증권주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에 증권주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7일부터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이날 7만8,100원으로 올 최고가에 올라섰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도 1.89% 상승한 올 최고가 5,390원으로 마감해 52주 신고가인 지난해 1월29일의 5,590원에 다가섰다. 연기금과 외국인이 연일 순매수하면서 5월30일부터 14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래에셋대우(006800) 6.97%, 삼성증권(016360) 5.09% 등 다른 대형 증권주들도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타면서 코스피 증권지수는 7.22%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4.07%)을 넘어섰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선전은 과거 리테일 수수료에 의존했던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4조원 이상으로 덩치를 키운 자기자본금을 바탕으로 IB 사업 등 다양한 수익원 확보에 나서면서 증시 변동성에 출렁이지 않고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쌓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수년간 국내 대형 상업용 부동산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거두고 있다.
채권 평가이익도 실적개선의 주 요인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미국 및 국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국내 채권금리가 하락하며 채권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5~6월에 급락하면서 평가익이 예상보다 많이 났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ELS 조기 상환도 증권사 이익에 호재로 꼽힌다. 2·4분기 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5개사의 ELS 조기상환 규모는 전 분기 대비 40.5% 증가한 21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만기 전에 상환이 이뤄지면 그만큼 운용 비용은 줄어드는 대신 신규 발행이 증가하면서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증권사들이 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IB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면서 눈에 띄게 수익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며 “증권사 실적개선 추세가 2·4분기를 넘어 3·4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그간 저평가주였던 증권주의 주가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은 증권주를 매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