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 완성차 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처음으로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동의 표면적 명분은 자동차 및 부품 분야에서 양국 업체 간 협력을 증진하자는 것이지만 중국 자동차와 부품업체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완성차로의 판로가 막힐 가능성이 커진 중국산 부품업체들이 한국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더 망가질 수 있는데다 미국이 국내에 들여온 중국산 제품을 문제 삼아 관세 폭탄을 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8일 외교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한 중국대사관은 자동차산업협회에 현안 논의를 위한 회동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중국대사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오는 7월 초 서울에서 협력증진을 위한 고위급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1988년 창립한 자동차협회는 현대·기아차(000270)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회원사로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중국 자국 자동차·부품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을 측면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4월 열린 서울모터쇼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쑹궈모터스가 부스를 마련했고 중국 퓨처모빌리티와 베이징자동차 등 중국업체들이 줄줄이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중국 부품의 경쟁력을 낮게 보고 주요 차 부품의 관세를 즉시 철폐했다. 하지만 중국산 부품의 경쟁력이 지난 몇 년 새 일취월장하면서 2015년 한중 FTA 발효 이후 중국산 부품 수입도 증가 추세다. 실제 올 5월까지 한국 부품의 중국 수출은 23.4% 줄었는데 중국산 수입은 12.4% 늘었다. 특히 무역분쟁으로 포드 등 현지 진출 미국 완성차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중국 부품사들도 새로운 납품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산 부품 수입이 늘어날수록 기술력이 낮은 한국 중소부품사들은 코너로 몰리게 된다.
특히 자동차 업계가 중국산 부품의 채용을 늘렸다가 미국에 관세 맞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 상무부는 국내 업체가 중국산 열연강판을 사용해 미국으로 수출한 우리의 송유관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앞서 올 2월 미 상무부가 특정 국가의 자동차 부품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한 상태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중국산 부품을 문제로 미국이 관세 폭탄을 매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도 어렵다는 게 우리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