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역할론' 강조했지만...'대북제재 공조' 꼬일수도

[시진핑 20일 방북-北 노동신문에 기고]
習 "北과 대화·조율...지역 평화·안정에 기여할 것"
北 카드로 中 존재감 부각...무역분쟁서 실익 겨냥도
대화재개 긍정평가 불구 북중 밀월로 美와 갈등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19일 평양 지하철의 한 승무원이 노동신문 가판을 교체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하면서 노동신문에 기고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을 하루 앞둔 19일 북한 노동신문에 낸 기고문은 올해 초 베이징에서 열렸던 북중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이 뜻을 모아 방점을 찍었던 ‘중국의 한반도 역할론’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한 및 유관 국가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및 남북 관계가 싸늘하게 식고 미중 무역전쟁까지 격화하자 중국은 한반도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갈등 해소를 위해 한반도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14년 만의 중국 최고지도자 방북’이라는 빅 이벤트를 통해 한반도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부각, 미국과의 역학 구도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하노이 이후 멈춰선 한반도 대화 재개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중국이 방북을 앞두고 북중 친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거부감이 큰 제재 완화 요구가 있을 가능성을 전망했다.


시 주석은 이날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김정은 동지의 초청에 따라 친선을 계승해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려는 아름다운 염원을 안고 곧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국가 방문하게 된다”며 “중국 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관철하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개선에 총력을 집중해 조선이 사회주의 건설에서 새롭고 보다 큰 성과를 이룩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올바른 결단과 해당 각 측의 공동의 노력에 의해 조선반도(한반도)에 평화와 대화의 대세가 형성되고 조선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역사적 기회가 마련됨으로써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인정과 기대를 획득한 데 대해 기쁘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기존 도발과 대결이 아닌 대화로 한반도 정세가 흘러가고 있는 데 대해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우리는 조선 측 및 해당 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조선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며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이 같은 시 주석의 행보에 대해 “북중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건 일련의 대화 시리즈에 있어 신호탄”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중 무역전쟁 큰 틀에서 자신이 동북아 한반도 문제 있어 중요한 역할자라는 것을 북미 무역전쟁의 간접 카드로 쓸 타이밍”이라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북한 카드를 들고 있는 것과 안 들고 있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을 조금 긴장시키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중국과 북한은 전략적으로 실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움직임을 두고 제재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중 간에 다시 제재의 구멍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중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끼어든다고 생각한다면 북한 문제가 미중 관계의 또 하나의 갈등고리로 전락할 수 있다”며 “비핵화 협상이 긍정일지, 부정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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