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반 고흐가 쓴 권총, 사용 여부 논란에도 2억원 낙찰

“화가의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 비난도

후기인상파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삶을 마감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경매장에 전시돼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후기인상파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스스로 삶을 마감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이 경매에서 2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렸다. 실제 사용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가운데 위대한 화가의 비극적인 삶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 파리의 경매사 ‘옥시옹 아르-레미 르 퓌르’가 진행한 경매에서 19세기 말 생산된 7㎜ 구경의 회전식(리벌버) 권총이 감정가의 세 배에 가까운 16만2,500유로(약 2억1.400만원)에 낙찰됐다. 구매자는 미술품 수집가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총포기업 ‘르포슈’가 19세기에 제작한 이 권총이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1890년 7월 자신을 향해 격발한 바로 그 총으로 보고 있다.

경매사인 ‘아트 옥션’ 측은 이 권총이 반 고흐가 사용한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러 정밀검사 결과 반 고흐의 사망 시점과 이 권총이 땅속에 묻혀있던 시간이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반 고흐는 사망 직전에 이 권총을 자신이 묵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라부’ 여인숙의 주인에게서 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르포슈는 프랑스의 총기 제작사다.

반 고흐는 1890년 7월 27일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벌판에 나가 가슴 부분에 격발한 뒤 피를 흘리며 여관으로 돌아와 이틀 뒤인 7월 29일 숨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의 사후 반 고흐의 가슴에서 발견된 실탄은 이 르포슈 권총의 구경과 일치했다. 세월이 흘러 1965년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벌판에서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된 이 권총은 2016년에 반 고흐의 고국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반 고흐가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이 권총의 실제 사용 여부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이 권총이 경매에 나온 것 자체에 대한 비난도 일고 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반 고흐 기념관 측은 전날 성명을 내고 “권총의 그 어떤 흔적도 반 고흐의 죽음과 공식적으로 관련됐다는 것을 제시하지 않는다”면서 “(경매가 반 고흐의)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