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라디오스타’
지난 19일 방송된 고품격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기획 김구산 / 연출 최행호, 김지우)는 ‘쇼 미 더 트롯’ 특집으로 ‘영원한 오빠’ 남진과 ‘천태만상’의 주인공 윤수현, 힙합 레이블의 거장 스윙스, 핫한 프로듀서 코드쿤스트가 출연해 남다른 입담을 뽐냈다. 마지막 스페셜MC 자리는 쇼리에게 돌아갔다.
등장과 동시에 절로 기립을 불렀던 트로트의 거장 남진의 활약이 뜨거웠다. 사람들이 트로트의 황제라고 부르면 화를 낸다고 밝힌 남진은 “집안이 황제 집안이 아니다. 황제를 해본 적이 없다”며 “제가 보람을 느끼는 것은 그때 그 시절 10대 소녀들에게 오빠라는 환호를 처음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오빠의 원조이자,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영원한 오빠’라는 것이 가슴이 와 닿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소녀들의 ‘절대적인 오빠’로 다소 과격한 애정 공세를 받기도 했던 남진은 팬들이 던진 속옷에 맞는가 하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다가 타이밍이 안 맞아서 뺨을 맞았던 에피소드를 전하며 세월이 만들어 낸 ‘에피소드 자판기’다운 면모를 마음껏 보였다.
남진은 무대에서 죽을 뻔했던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털어놓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남진은 “비 오는 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는데 소리가 안 나가는 거다. 급하게 다른 마이크를 가지고 나와 잡는 순간 번개가 쫙 나가는 거다. 마이크를 놓아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안 놓아지더라. 그 순간에 죽겠구나 싶다가, 온 힘을 다해서 마이크를 뿌리쳤더니 몸이 튕겨 나갔다”며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남진은 ‘나훈아 피습 사건’의 전말도 공개했다. 당시 피습사건이 일어나자 ‘라이벌 쪽에서 사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속 배후로 지목되면서 검찰 조사를 받았던 남진은 검찰에 소환된 지 5분 만에 풀려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남진은 “몇십 년 지나서 안 사실이다. 故 신성일 선배한테 그 괴한이 제일 먼저 갔더라. 다음으로 저한테 왔다. 아침에 인기척에 눈을 떴는데 머리맡에 모르는 얼굴이 있었다. 저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남진이 이를 거부하자 괴한은 “(괴한이) 당신 라이벌을 해치면 돈을 줄 거냐고 말을 하더라. 정상이 아니구나 싶었다”며 “그러고 나서 몇 일 있다가 사고가 났다. 나중에 저희 목포 집에 와서 방화도 하고 그랬다. 어머니가 계신 집이었다. 지금도 마음이 아픈 게,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 초상화가 탄 게 지금도 화가 난다”고 충격 비하인드를 전해 모두를 경악케 했다.
이미 가요계 정점에 여러 번 올랐던 남진이지만 데뷔 이후 지금까지 매일같이 노래 연습을 빠지지 않고 하고 있음을 밝히며 진정한 가수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남진은 “노래도 많이 듣는다. 샹송, 트로트, 가요, 팝 등 다양하게 가리지 않고 듣는다. 요즘은 힙합도 듣는다. 사실 처음에는 서영춘 선배님이 하는 말처럼 들렸는데, 이제는 힙합이 듣기 좋더라”고 전하며 후배들의 감탄을 받았다.
남진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입담은 물론이고 후배 가수를 챙기는 자상한 선배 가수의 모습을 마음껏 자랑했다. 기대되는 후배 윤수현에게 끊임없는 격려의 모습을 보여준 것. 남진은 이후 ‘급식부터 어르신까지 사랑하는 노래’로 윤수현과 함께한 듀엣곡 ‘사치기 사치기’ 무대를 꾸미며 흥겨움을 전했다.
첫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무척이나 들뜬 모습을 보여준 윤수현은 “제 학창 시절을 함께했던 프로그램이 ‘라디오스타’다. 초중고대를 함께 했던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무척이나 감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곧이어 윤수현은 사전인터뷰 당시 ‘MBC는 내 어머니’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이유에 대해 “제가 MBC 대학생 트로트 가요제에 나왔다. 2007년에 대상을 타면서 그때부터 이 길로 접어들었다. MBC가 어머니로서 저를 응애~ 하고 태어나게 해줬다”고 설명하는 내내 무척이나 감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범상치 않은 시작을 예고했다.
이날 윤수현은 이야기하는 내내 카메라와 MC들을 향한 불타는 눈빛과 웅변대회에 나온 듯한 말투는 물론 폭풍 리액션까지, 온몸을 다해 꺼지지 않는 뜨거운 열정을 분출하며 MC들의 감탄과 시청자들의 재미를 동시에 이끌어 냈다.
‘천태만상’으로 인지도를 톡톡히 쌓은 윤수현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고 밝히며 “‘천태만상’이 초등학생들의 심금을 울리나 보더라. 어린 친구들의 커버 영상 덕분에 입소문이 퍼지다가 인기를 끌었다. 감히 상어송에 버금가는 인기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수현의 ‘천태만상’은 한 중학생이 길거리 노래방에서 커버해 1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뜨거운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천태만상’의 인기 덕분에 윤수현은 교복과 인삼주 광고까지 섭렵하기도 했다.
흥이 가득한 꺾기로 트로트의 진수를 자랑하는 윤수현이었지만, 실제 그녀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성악을 배운 학생이자, 대학교 시절 록 보컬을 했던 인재였다. 이에 윤수현은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가요, 성악, 트로트 버전은 물론이고 록, 경극 버전까지 총 5가지 버전을 선보이며 철저한 준비성을 증명했다. 윤수현의 거침없는 에너지를 접한 MC 윤종신은 진심으로 감격하며 “라디오스타 막판에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났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윤수현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윤수현의 본명은 윤지연으로, 이 같은 예명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데뷔할 당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뜨거웠다. 그래서 김수현의 이름을 따서 윤수현으로 활동했다. 중국 시장을 노린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윤수현은 예명이 정해지기 전 실제 하고 싶었던 예명으로 ‘윤뽕’을 언급하며 현장을 발칵 뒤집었다. 사람들이 웃는 가운데에서도 윤수현은 “윤봉도 괜찮다”고 해맑게 말하며 또 한 번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저스트뮤직부터 인디고뮤직. 위더플럭 등 힙합 레이블의 수장 스윙스는 한층 진중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윙스의 과묵한 모습을 본 MC 윤종신이 “자꾸 무게를 잡는다”고 말하자, 스윙스는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지 않냐. 저 진짜 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실제로 본인의 레이블이 몇 위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스윙스는, “당연히 1위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라 소속 아티스트들이 너무 잘한다“고 자랑했다.
스윙스은 자신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던 피자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윙스는 “제가 하는 피자집이다 보니까 종종 시비가 걸려온다. 이번에 어떤 친구가 뛰어가가면서 간판을 훼손했다. 직원들에게도 예의 없게 해서 잘 처리했다”고 언급했다.
어떠한 조롱 게시물에도 고소하지 않는 스윙스는 이에 대해 “조롱 게시물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스윙스는 ”SNS에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선물‘’이란 게 있더라. 근데 열면 내 사진이 있다. 기분이 상하고 불쾌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밌고, 즐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힙합 프로듀서 중 수입이 상위 1%에 오른 대세 프로듀서 코드쿤스트는 부르기 힘든 활동명에 대해 “음악을 처음 할 때는 중2병스러운 것에 꽉 차 있다. 이름 고민을 하다가 어머니께서 보시던 책에서 ‘쿤스트’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의미가 뭘까 해서 검색해보니까 독일어로 ‘예술’이더라”며 “쿤스트라는 단어에 ‘코드’를 얹어 ‘내가 만든 음악은 예술’이라는 의미로 만들어봤다. 요즘에는 줄여서 코쿤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 내내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코드쿤스트이지만 혀로 세 잎 클로버, 고양이 눈 모양을 만드는 놀라운 개인기부터 신기한 귀까지, 기상천외 신체 개인기로 웃음을 선사하며 눈길을 끌었다.
호평 속 시청률도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2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수도권 기준 1부가 5.4%를, 2부가 4.6%를 기록했고 최고 시청률 역시 5.9%(23:23, 23:26-27, 23:55)를 기록했다. 다음 주 ‘라디오스타’는 홍현희, 김호영, 우주소녀 보나, 크리에이터 도티가 출연하는 ‘황금 통령상’ 특집으로 꾸며지는 것은 물론 MC 안영미의 첫 등장이 예고돼 기대를 모은다.
한편, ’라디오스타‘는 4MC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 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