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소형목선 '대기 귀순' 사태에…이낙연 총리 "국민께 깊이 사과"

"조사결과 투명 공개, 엄정하게 책임 물을 것"
北 소형목선 NLL 넘은 후 57시간 동안 軍 몰라
레이더, 초계함, 해상초계기까지 정상 활동
대북 경계태세에 구멍 크게 뚫렸다는 지적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최근 북한 목선이 귀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의 해상·해안 감시체계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과 관련,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엄정 조사와 문책도 예고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가장 먼저 북한 목선 대기 귀순 사태를 언급했다. 이 총리는 “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목선 1척이 동해 북방한계선에서 130㎞를 남하해 삼척항에 들어왔다”며 “그러나 목선이 입항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합동조사로 모든 진상을 밝혀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국민들께 큰 심려를 드렸다”며 “그 점에 대해 깊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총리는 “합동조사팀은 사건의 경위와 군의 경계태세, 목선 발견 시점과 그 이후의 대응 등을 남김없이 조사하라”며 “조사 결과는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한 사람들에게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견된 문제점에 대한 조속한 개선도 약속했다. 이 총리는 “경계체계와 장비와 태세 등의 문제를 신속히 보완해 그런 잘못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목선은 지난 9일 함경북도 모 항구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군에 합류했다. 처음부터 귀순 의사를 갖고 있던 이들은 11∼12일 북한의 감시망을 속이기 위해 위장 조업했으며 12일 오후9시께 NLL을 넘었다. 밤새 운항해 13일 오전6시께 울릉도 동방 30노티컬마일 해상에 이른 이들은 이날 오후 기상악화로 표류했다. 14일 자정께 최단거리 육지로 방향을 정한 이들은 항해를 시작해 오후9시께 삼척 동방 2∼3노티컬마일 해상에 도달, 엔진을 끈 상태에서 대기했다. 15일 해가 뜨면서 삼척항으로 출발해 오전6시20분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 끝 부분에 접안했다.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북한 선원이 정박 후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KBS제공·연합뉴스

당국이 이들의 존재를 파악한 것은 오전6시50분께 산책을 나온 주민의 신고를 통해서다. 해군에 이 사실이 알려진 시각은 오전7분께. 육군의 인근 철벽부대는 오전7시15분에 사실을 통고받고 첫 인원이 7시35분에야 현장에 출동했다. 철벽부대의 사고 대응부대는 7시35분께 출발해 45분께 도착했다.

북한 소형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지 57시간 동안 우리 군은 전혀 식별하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우리 군의 감시 레이더와 초계함, 해상초계기까지 정상 초계활동 중이었으면서도 식별하지 못해 대북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더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정영현기자·권홍우선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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