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빚을 내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대출 연체율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특히 내수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4분기 기준으로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전년말 대비 12조 1,000억원 증가한 624조 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약 3개월 사이에 12조 가까운 빚이 늘어난 것이다. 한은은 “최근 개인 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자영업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등 대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 대출 증가율은 11.2%로서 전분기(13.7%)보다 하락했다.
문제는 대출이 늘었지만 자영업자들의 빚 갚을 능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LTI)는 2017년 220.4%에서 2018년 230.3%로 증가했다. 특히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이 크게 악화됐다. 도소매는 2017년 239.4%에서 2018년 294.4%로, 숙박음식은 222.1%에서 255.3%로 증가했다.
이에 대출 연체율도 상승 중이다. 2019년 1·4분기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0.38%로 전기 대비 0.06% 포인트 증가했다. 2016년 3·4분기 0.34%이후 최고 수치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은은 소득 2~4분위 사이에서 가계부채 고위험가구가 늘었다고 밝혔다. 고위험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이상이고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 상환이 어려운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보다 큰 가구를 의미한다. 한은관계자는 “2018년 기준 전체 고위험가구 비중은 2.7%로 전년 동기에 비해 0.2% 포인트 하락했지만 2~4분위는 증가했다”면서 “또 전체 고위험 가구의 채무상환 능력은 전년보다 약화 됐다”고 평가했다. 고위험가구의 DSR 중간값은 70.6에서 76.6으로, DTA는 145.6에서 150.6으로 상승했다.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 시 가계부채 안정성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한은은 주택 가격 및 처분 가능소득이 모두 15% 하락하는 경우 고위험가구 수 및 부채액 비중은 각각 2.7%에서 5.7%로, 5.4%에서 13.1%로 상승한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제고하고 고위험 임대가구의 채무 상환능력을 모니터링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