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 먹자골목 상인회 총무 하모씨가 롯데마트로부터 받은 상생기금 중 약 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하씨는 자신이 돈을 빼온 것은 맞지만 일부 다른 관계자들과 나눠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억원 말고도 더 많은 지원금이 현재까지도 상인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 지역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마트 측에서 인근 전통시장 및 먹자골목 6곳 등에 지원한 돈은 총 20억여원이지만 실질적으로 지원금을 받은 상인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금천점을 개점하기에 앞서 인근 전통시장 상인회들과 협의를 통해 상생협약을 맺고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상생협약 지원금은 각 시장에 집행이 끝난 상태로, 시장 규모별로 최대 6억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천구 전통시장 상인들도 정작 상생기금이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D시장에서 음식을 파는 장모씨는 “롯데마트로부터 시장 상인회가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수혜를 입은 상인들은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도 “우리 시장은 지난달 초에 돈이 들어왔다는데 현재까지 그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상인회에서 얘기해준 적도, 상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역 상권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해당 마트는 인근 전통시장들에 이러한 지원금을 전달한다. 지원금을 전달하면서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처럼 지원금을 중간에서 횡령하는 일이 이전에도 여러 번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간에서 상인회 간부들이 돈을 일부 횡령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지원금을 전달하는 대형마트 측에서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국내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보통 상인회 측에 시설을 고쳐주는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전달하지만 금전적 지원을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후에 상인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우리가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금천구 전통시장의 경우 고소된 사건만 수사를 하고 있다”며 “나머지 돈의 행방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추가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