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산·울산·경상남도 시도지사들과 동남권 신공항 관련 면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김해공항 확장이 적합한지에 대한 판정이 국무총리실로 이관된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산·울산·경남 단체장들이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나 이같이 합의한 것인데 내년 총선을 겨냥해 각 지역에서 다시 지역민들의 관심이 있는 이슈에 불을 지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부울경과 대구·경북 간 지역 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0일 서울 용산 국토부 사무소에서 만나 동남권 관문공항 문제의 국무총리실 이관을 합의했다. 이들은 이날 면담 이후 발표한 합의문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한다”며 “검토의 시기·방법 등 세부사항은 총리실 주재로 국토부·부울경이 함께 논의해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리실 이관에 대해 부산과 대구·경북 간의 반응은 엇갈렸다. 총리실 이관 자체를 기존의 김해 신공항 확장을 백지화하는 전초전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총리실 검증이 이뤄진다면 김해 신공항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날 합의를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총리실 재검증에 대해 “김해 신공항 건설은 5개 광역시도가 합의하고 세계적인 공항 전문기관의 용역을 거쳐 결정한 국책사업으로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번 국무총리실 이관은 부울경과 영남 지역 정치권의 바람을 타고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한다면 신공항 문제가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정부가 과연 그런 결정을 하겠냐는 것이었는데 이번 합의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부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뒤 2016년까지 신공항 입지로 갈등을 빚어온 부울경과 대구·경북 간 분열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구와 경북은 올 2월 부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총리실 이관 발언이 나온 후에도 이전 입장을 고수해왔다. 당시 대구·경북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일단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5개 시도가 어렵게 합의해 정부가 국가정책사업으로 추진해왔는데 정부의 신공항 추진 방향이 가덕도로 선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같은 소모적인 상황이 지속하면 결국 신공항 사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 영남권 주민들의 피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부울경과 대구·경북 등이 10여년에 걸쳐 유치경쟁을 벌이다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자 논란이 재점화됐고 문 대통령이 신공항 입지 재검토 의중을 비치면서 불이 붙었다. /강광우기자 부산·대구=조원진·손성락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