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새 경제라인 냉혹한 현실 직시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경제 투톱을 전격 교체했다. 정책실장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경제수석에는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각각 임명했다. 성장률 추락과 일자리 부진 등 경제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임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이 임명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돌연 교체되는 것을 보면 경질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들이 이끈 한국경제 성적표가 참담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문제는 향후 경제정책 방향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식 개혁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그러잖아도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성장·투자·고용 등 모든 지표가 내리막길이다. 올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 분기보다 0.4% 감소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수출은 마이너스가 유력해 7개월 연속 역주행 가능성이 크다. 진보경제학자들조차 내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이렇듯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저임금 고속 인상은 여당 내에서까지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될 정도다.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로 돌려놓으려면 우선 냉혹한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의 새 경제 타워가 정책 변화에 나설지 의문이다. 김 신임 정책실장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우리가 뭘 먹고살 것인가 답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데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고 간 소주성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결과는 뻔하다. 격랑에 휩싸인 한국 경제를 구하려면 먼저 시장과 기업을 안심시키고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잘못된 처방전으로 판명 난 소주성 정책을 고집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청와대의 경제팀이 새로 꾸려진 만큼 정책에도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고 국가 경제의 지속 성장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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