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00억..'EMP펀드'엔 돈 몰리네

'분산에 분산' ETF 자산배분 강점
주식형 1조이상 빠질때 되레 유입
올 평균 6.4% 올라 수익도 쏠쏠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를 골라 담는 EMP(ETF Managed Portfolio·상장지수펀드 자문 포트폴리오)펀드가 꾸준히 증가하며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해외 주식형 펀드를 가릴 것 없이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EMP펀드에는 거꾸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총 32개 EMP펀드의 설정액은 2,9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이후 303억원, 1년간 568억원 늘어난 것이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7,812억원, 해외 주식형에서는 1조5,118억원이 빠져나갔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하는 43개 유형의 펀드 중 채권형·타깃데이트펀드(TDF) 등 12개의 펀드에만 연초 이후 자금이 유입됐으며 EMP펀드 역시 그중 하나다. 나머지 31개 유형의 펀드에서는 모두 자금이 유출됐다.

자금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EMP펀드가 ETF에 분산투자를 하면서 최근 같은 약세장에서 변동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출시된 EMP펀드들은 대부분 전 세계에 5,000여개가 넘는 ETF 중에서 주로 20~30개의 ETF를 골라 담는다. ETF에 이미 여러 종목이 담겨 있어 한 차례 분산된 상황에서 여러 개의 ETF를 다시 골라 담기 때문에 분산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다. 또 패시브 펀드인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로 운용보수가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운용보수가 연 0.8~1%에 달하지만 EMP펀드의 경우 0.4% 선이다.


과거 EMP펀드는 자산배분을 중시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운용사들이 일임형 또는 사모펀드 형태로 기관의 자금을 받아 EMP펀드를 운용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형 EMP펀드 출시 붐이 일면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EMP들이 출시됐다.

수익률도 양호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MP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6.42%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설정된 이스트스프링글로벌스마트베타EMP(언헤지)의 경우 올 들어 20.01%, 1년간 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ETF에 투자하는 EMP펀드들의 수익률도 좋았다. 미래에셋글로벌4차산업EMP와 KB다이나믹4차산업EMP가 대표적이다. 두 펀드는 각각 연초 이후 18.6%와 18.1%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삼성EMP리얼리턴플러스도 연초 이후 14.7%의 수익을 거뒀다. 한국투자운용이 내놓은 아시아 시장에 특화된 한국투자VIPC도 연초 이후 14.3%, 1년간 8.02%의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중국 등 4개 시장의 ETF에 투자하는 펀드다. 김기덕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EMP공모펀드를 통해 개인도 기관투자가들에게 운용사가 제공하는 자산배분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며 “운용보수가 저렴해 장기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EMP펀드라고 해서 모두 글로벌 분산투자 전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 섹터와 스타일이 펀드별로 다르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 시장에만 분산투자하는 EMP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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