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아니면 어때] 베인앤컴퍼니, 삼일회계법인 출신 인재들이 국내 1위 P2P 업체로 이직한 이유는?

베인앤컴퍼니, 삼일회계법인 등 전문직 출신들이 이끄는 테라펀딩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할 수 있는 '프로다움'의 자세를 갖춘 인재 희망

박순일(왼쪽) 테라펀딩 재무팀장, 조현상 테라펀딩 전략기획실장

테라핀테크(테라펀딩)는 국내 1위 부동산 P2P(피투피·개인 간 거래) 대출 기업이자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핀테크 업체다. 핀테크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메이저 컨설팅회사, 회계사와 같은 전문직 등 고급인재들의 입사 러시도 잇따르고 있다. 테라펀딩은 현재 총 직원수가 약 120명으로 △비즈니스(부동산 금융) △기술 △경영 등 3개 파트 아래 49개의 직무 담당자가 근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PF운용은 1금융권과 저축은행, 기관법인자금 관련 직무는 유명 증권사, 사업관리는 대형 건설사에서 온 인재들이 모여 있다. 이들이 핀테크 업계, 그 중에서 부동산 P2P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현상 테라핀테크 전략기획실장, 박순일 재무팀장을 만나 핀테크 업계 진출을 꿈꾸는 이들을 대신해 솔직한 조언을 들어봤다.

◇핀테크 혹은 스타트업에 합류한 배경은?

조현상(이하 조):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문 총괄기획팀에서 근무하다 콜럼비아대학 MBA를 다녀왔다. 이후에는 베인앤컴퍼니에서 5년 간 일했다. 컨설팅 직원은 기본적으로 조언자 역할을 하는 이론가다. 이론가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전가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이미 경험해봤지만,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이른바 ‘원 오브 뎀’이 될 수밖에 없어서 능력이 충분히 개발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반면 테라펀딩처럼 스타트업에서 큰 회사로 도약중인 과정에 있는 회사라면 컨설턴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봤다.

박순일(이하 박): 삼일회계법인에서 8년간 일했다. 회계법인에서 주로 금융업 감사를 많이 했다. 회계법인 출신이 갈 수 있는 길이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이왕이면 금융업에 대한 경험을 살리고 싶었다. 특히 금융산업에서 새로운 분야가 오랜만에 탄생하는 데 주목했다.

◇가장 만족하는 면은?

조: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다 보니 압축적인 성장 경험을 할 수 있다. 컨설팅 회사는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주는 게 주 업무라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다. 이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보고서를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는 매일매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핀테크(혹은 스타트업) 같은 비교적 신생회사를 고를 때 필요한 기준은?

조: 회사와 해당 산업의 비전, 개인의 비전, 기업문화와 적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혁신성이 있지만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이 점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수익성은 비즈니스 모델과 현금흐름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성장성은 해당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방문자수가 늘어나는 것 등이 해당된다. 테라펀딩은 이런 면에서 성장성과 수익성, 혁신성을 모두 갖춘 곳으로 판단했다.

박: 업계 1위 업체인 건 중요하다. 어느 산업이든지 괜히 1위인 경우는 없다. 내가 근무했던 회계법인도 1위였는데 일하는 방식 등에서 분명 차이가 느껴졌다. 특히 핀테크와 같은 유망 산업은 경험자가 드물어 희소가치가 있다. 구체적으로 핀테크 업계의 경우에는 각 회사별로 어떤 채널을 주로 이용하는지가 중요하다. 테라펀딩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자체 플랫폼의 파워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테라펀딩 임직원의 업무 특징은?


우리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잘 세팅된 곳에서 화초처럼 자라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빠르게 성장하다보니 업무 분담이 시시각각 이뤄진다.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로 단계별로 지도해줄 사람이 냉정히 말해 조직 내에 없다. 현장에서 본인이 몸으로 부딪치면서 실전 근육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이곳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메시지는 “내 업무 아니다, 나는 안해봤다” 이다.


◇직장을 고르는 기준, 핀테크 vs 대기업?

조: 학벌이든 회사의 타이틀이든 간판 뒤에 숨어서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평생직장 시대가 지났다. 나의 경우 ‘삼성’이라는 타이틀을 벗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 MBA를 택했다. ‘내가 무엇을 해봤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해보라. 대기업은 조직화된 역량이 중요하다. 내 스스로가 주도할 수 있는 업무는 제한적이다. 개인의 경쟁력을 키우기는 테라펀딩이 훨씬 낫다. 대신에 핀테크업체 같은 신생기업은 회사가 망가질 수 있다는 리스크는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테라펀딩 같은 업계 1위 회사라면 망가질 확률은 낮지 않을까(웃음)

◇실제 신입(혹은 저연차 직원)들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지난해 2월 1호 신입사원이 사업개발팀에 배치됐다. 건축과 출신으로 교육사업을 담당하다 이후 컨설팅 사업을 주도했다. 땅 지분을 가져오면 컨설팅 보고서를 써주는 업무인데,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졌다. 현재는 이 사업을 전담하며 이끌어가고 있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가능할 수 있을까. 물론 이처럼 연차가 낮은 직원이 스스로 업무를 해낼 수 있도록 테라 역시 이미 갖고 있는 자산과 주변의 전문가풀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테라의 인재상이 있다면?

조: 적극성과 도전정신, 프로다움(스스로에 대한 주인의식)이 중요하다. 프로다움은 직업인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를 뜻한다. 아직 체계가 없는 회사일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다. 누가 나를 관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설정한 높은 기준을 달성하려는 사람이 필요하다.

박: 여기서 일하다 보면 어떤 업무가 내 일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모범’이라고 표현한다. 일이 떨어지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대기업 혹은 공기업 선호현상이 여전히 지배적인데 이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조: 회사의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다. 산업과 직무가 중요하다. 회사 규모와 브랜드는 그 다음이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초반에 견딜 수가 있으면 대기업이 좋다. 내가 부품이 아닌가 하는 감정이 대기업에서는 연차가 낮을수록 들 수밖에 없다. 반면 “나는 빨리 배워서 내 일을 하고 싶다. 어떤 분야의 마스터가 되고 싶다” 같은 생각이 강하다면 핀테크 같은 스타트업이 어울릴 것이다. 신생업체 취업은 누구든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자. “나 같으면 이 회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까” 내가 봐도 안될거 같으면 입사하지 않으면 된다.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박: 지난해 11월까지 회계법인에 있으면서 금융업에 속한 다양한 기업들의 감사를 맡았다. 시중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자사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건물을 새로 짓는데 돈을 쓰더라. 금융업은 경기에 민감한 대표 업종 중 하나다. 이러한 트렌드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반면 테라펀딩은 현재 대출 위주로 펀딩을 진행하지만 분야는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다. 주식, 채권 투자, 비상장사 자금 모집 등 피투피 업체들의 영역은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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