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송·수신인 밝혀라...암호화폐 고강도 규제

FATF 자금세탁방지 의무화
국내서도 관련 입법 준비 착수
암호화폐 거래 위축가능성 커
중소거래소 퇴출땐 투자자 혼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시중은행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FATF는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거래소에 1,000달러 이상 거래하는 송금인과 수신인의 정보를 파악해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거래소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영업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6월22일자 14면 참조

이 같은 FATF의 규제 강화에 1비트코인은 23일 오후4시 현재 하락세로 전환해 1,249만원을 기록했다.

23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 16~21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FATF 총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은행과 같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 국제기준 및 공개성명서’가 채택됐다.


FATF는 이번 총회에서 암호화폐 취급업소(거래소)가 준수해야 할 의무 등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한 ‘가상자산 관련 주석서’를 확정했다. 주석서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고객확인 의무와 의심거래 보고 등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도록 했다. 암호화폐 송금시 송금·수취 기관 모두 송금·수취인 관련 정보를 수집·보유하고 필요하면 당국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해서는 당국이 감독 권한을 갖는다. 감독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 허가·신고를 취소·제한·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FATF의 권고 기준 및 주석서의 주요 내용을 반영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FATF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와 테러의 위협이 중대하고 긴급하다고 판단해 각국에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FATF는 오는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러한 국제기준을 보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각국의 국제기준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2020년 6월 총회에서 이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의 암호화폐 관련 업체들은 FATF의 규제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에만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들은 최악의 경우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빗썸과 업비트·코인원·코빗 등 10여개의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형 거래소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스템 구축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20~30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상장 수수료로 연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특금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대부분의 거래소들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거래소 대표의 사기 등 범죄 이력 등도 공개되고 인허가에 변수가 될 수 있어 암호화폐 사기투자 등의 피해는 줄어들 수 있다.

일부에서는 빗썸·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마저 FATF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는 자금세탁방지 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로는 암호화폐를 받는 수신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FATF 기준을 따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만약 송금인과 수신인을 확인하려고 하면 거래 위축에 따라 거래량이 급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지갑 주소는 익명으로 돼 있어 거래소에서 수령자 확인이 불가능한데 이를 확인하라고 하는 것은 ‘연목구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로 구성된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영국·싱가포르 블록체인협회 등과 함께 이달 말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FATF 기준이 과도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FATF는 1989년 설립된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관련 국제기구로 미국과 중국·일본 등 37개국이 가입돼 있다. /서민우·김기혁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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