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격렬한 하투 예고] 정부와 결별 선언한 민노총…최저임금 등 극한대립 예고

"공안 탄압 규탄" 내달 18일 총파업
일자리위 등 53개 경사노위 협의도
총선까지 대화 창구 복원 힘들듯

민주노총 간부들이 지난 22일 청와대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전날 구속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과 노동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김명환 위원장 구속을 정부의 결별 선언으로 간주하고 강경투쟁을 예고해 노와 정은 앞으로 맞닥뜨릴 각종 노동 현안에서 ‘극한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 구속 후 당장 ‘7월 총파업’을 비롯해 예고된 집회마다 ‘노동 탄압’ ‘공안 탄압’ 구호를 내걸고 대정부 규탄 기조를 강하게 가져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도한 ‘촛불 청구서’ 등으로 삐걱대던 양측이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는 국면에 놓인 것이다. 이미 진행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비롯해 줄줄이 대기 중인 대형이슈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23일 노동계 안팎의 전망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 구속을 계기로 노정관계는 현 정권 출범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부터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파행과 개별 사업장의 임단협 교섭 문제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서 민주노총이 이전보다 한층 강한 주장과 대응으로 맞설 공산이 커진 것이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안에 노정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며 내년 총선까지도 관계 복원이 어려울 것”이라며 “안 그래도 노정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는데 김 위원장이 구속되며 더욱 힘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구속 이튿날인 지난 22일 집회를 열어 “현 정부의 판단이 박근혜 정권의 착각과 같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 노조 위원장도 “구속자 석방과 노동탄압 분쇄를 위해 거대한 투쟁의 흐름을 만들겠다”고 반발했다.

우선 민주노총은 다음달 18일 ‘공안 탄압 규탄’을 기조로 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정 관계 파탄까지 선언한 마당에 최대한 강도를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에 앞서 각종 집회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사업장별 임단협 등 개별 이슈와 결합해 파괴력을 키울 계획이다.



사회적 대화를 모색하던 김 위원장이 구속됐으니 정부와 대화를 시도할 이유가 더는 없다는 분위기다. 위원장 구속과 비정규직의 대규모 파업이 결합된 ‘하투(夏鬪)’가 이전보다 한층 거세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장외에서 가장 크게 부딪힐 사안은 민주노총이 ‘7월 총파업’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잡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공공운수 노조, 서비스연맹, 민주일반연맹 소속 공공 비정규직 20만명이 다음달 3일부터 파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에는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100명이 집단 삭발하며 결의를 다졌다. 노동계는 정부가 이 사안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금까지 큰 진전이 없다는 입장이라 강한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사안이 ‘약한 고리’라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공공 부문 정규직화에서 3단계인 민간위탁 분야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이 알아서 하라며 손을 놓고 있고 민간 부문에서는 전혀 노력이 없다는 게 노동계의 인식”이라며 이 부분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경사노위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대화는 경색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는 불참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일자리위원회 등 참여하고 있는 정부 위원회만도 53곳이다. 부문별 위원회를 통한 노정 협의 역시 막힐 공산이 크다. 이들 위원회 상당수에는 김 위원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선 눈앞의 관심은 27일 법정시한을 앞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미칠 파장이다. 민주노총은 아직 최저임금위 불참 여부를 공표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최저임금위 불참까지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위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 구속과 관련해 민주노총에서 위원회 참여 여부에 대한 의사 표시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노조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 사용자 측에 맞서 강공을 펼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천을 촉구하며 강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노사에 25일 회의 때 최저임금 최초안을 가져오도록 했는데 이의 수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올해 심의는 경영계가 최근 2년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반발해 공세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노동계의 수세적 대응이 예상됐지만 민주노총이 대정부 투쟁을 기치로 내세울 경우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김 위원장 구속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동운동 방식을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구속 원인이 된 탄력근로제 개편안은 경사노위에서 오랜 기간 논의해온 사안이고 민주노총도 경사노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있었지만 내부 의견 차이로 실패했다. 서경펠로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이번 투쟁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벌어진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경사노위에 전면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위원장 구속이라는 파국까지 가지 않게 노정 간 조율 기회가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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