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료 개편안 보류는 탈원전에 대한 경고다

한국전력 이사회가 여름철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전은 21일 이사회를 열어 정부 요구에 따른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을 논의했지만 격론 끝에 추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여름 전력 성수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전기요금 인하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동안 정부 요구를 충실히 따랐던 한전이 반기를 든 것은 섣부른 전기료 인하에 따라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행위로 고발당할 우려 때문이다. 한전 이사회가 정부 입맛대로 전기료 인하안을 의결할 경우 3,000억여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해 이사들이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한전 소액주주들은 탈원전과 전기료 인하 등 불합리한 정책에 따른 부담을 떠맡는 바람에 경영이 부실해졌다며 경영진을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전 이사들은 정부에 확실한 손실보전책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니 이 정부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배임죄가 결국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된 셈이다.

한전의 전기요금을 둘러싼 혼선은 이뿐만이 아니다. 초우량기업이었던 한전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고 올 1·4분기에도 6,299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래놓고 사회적 가치를 높였다며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상위 등급을 받았다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에너지 수급대책에서는 수요를 억제하겠다고 선언해놓고 선심성 요금 인하를 밀어붙이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정책 엇박자는 대안없는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앞으로 또 어떤 부작용이 터져 나올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기료 개편안 보류는 탈원전에 대한 경고이자 불합리한 부담을 떠넘기지 말라는 절규다. 얼마 전 한국원자력학회 설문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을 확대하거나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탈원전에 대한 지지율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부담이 없도록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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