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反러 시위 격화...항공편 끊은 푸틴

러시아 의원 의회 연설이 도화선
야권 가세하며 반정부시위로 발전
강경진압에 240명 부상·두명 실명

22일(현지시간) 조지아 야당 지지자들이 트리리시의 그루지야 의회 앞에서 내무장관 사퇴,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주장하며 반(反) 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빌리시=EPA연합뉴스

옛소련에서 독립한 남(南)캅카스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야권의 대규모 반러시아 시위가 연일 벌어지며 양국관계가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민 보호와 항공 안전 등을 이유로 조지아로의 자국 항공기 운항을 다음달 초부터 중단시키는 데 이어 조지아 국적 항공사의 러시아 취항도 잠정 금지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22일(현지시간) 조지아 항공사들의 러시아 운항을 오는 7월8일부터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교통부는 조지아 항공사들의 항공안전 수준을 향상해야 할 필요성에 더해 79만달러(약 9억원)가 넘는 조지아 측의 항로관제 서비스 대금 체납이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보와 자국민 보호 등을 이유로 자국 항공사들이 러시아 시민을 조지아로 실어나르는 것을 7월8일부터 일시 금지한다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 더불어 자국 여행사들에 조지아 관광상품 판매를 삼가도록 권고하고 조지아에 일시체류 중인 러시아인들을 송환하는 조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친서방 성향의 조지아 야권은 푸틴 대통령의 조치가 연 수백만명에 달하는 러시아 관광객들의 조지아 방문을 금지해 조지아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AP·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트빌리시 시내의 의회청사 주변에서는 20일부터 야권 지지자들의 반정부시위가 이어졌다. 러시아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시위는 적극적인 친서방 성향의 야권이 가세하며 반정부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

수천명의 야권 지지자들은 21일 저녁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며 전날 시위를 강경 진압한 내무장관 사퇴, 체포자 석방, 조기총선 실시 등을 주장했다. 20일에는 1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의회 진입을 시도한 가운데 경찰이 고무탄·최루탄·물대포 등을 사용해 최소 240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병원 당국자는 “이 중 100여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고 둘은 고무탄에 맞아 실명했다”고 전했다. 결국 시위대의 요구에 밀려 이라클리 코바히제 조지아 의회 의장이 결국 사퇴했지만 야권 지지자들은 내무장관의 추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008년 전쟁 이후 외교관계가 단절된 러시아와 조지아는 조지아산 와인과 과일 등의 수입금지 조처가 해제되는 등 최근 수년간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조지아 내에서는 여전히 반러시아 정서가 강하다. 이번 시위도 러시아 하원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가 20일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제26차 IAO 총회를 진행하다 러시아어로 연설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하지만 가브릴로프 의원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쿠데타를 노리는 친서방 성향의 ‘극단적 집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