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당 핵심관계자들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증가율을 두자릿수 가까이 늘려 5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해찬 당 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하향 조정됐으니 이를 고려해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가 바뀌면서 국가채무 비율이 38.2%에서 35.9%로 낮아진 만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이 지금처럼 확장재정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그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편성된 두 번의 예산안은 당정 협의를 거친 뒤 모두 부처 요구안보다 증가율이 높아졌다. 2018년 예산안은 부처에서 전년보다 6.0% 증액을 요구했으나 최종 발표 예산은 7.1%가 늘었다. 올해 예산안도 부처 요구 증가율(6.8%)보다 최종 예산 증가율(9.7%)이 대폭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경기 진작을 위해 확장재정 정책이 필요한 때도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현금 퍼주기식이라면 재정만 축내고 효과는 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내년에는 경기 부진으로 주요 기업들의 법인세가 올해보다 40% 이상 줄어드는 등 세수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 곳간에 들어오는 수입은 적은데 지출을 늘리면 결과는 뻔하다. 그러잖아도 고령화 등으로 복지에 써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난다. 지금은 나라 곳간을 열기보다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와 투자촉진책 마련 등 정공법으로 경기 활력을 높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