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3당은 이날 국회의장 주관으로 ‘경제원탁토론회’를 개최하고 추가경정예산을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 추인이 불발돼 국회 정상화에 실패했다. ★관련기사 8면 /이호재기자
24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4일 80일 만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불발되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3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을 한 후 28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해 앞으로 3일 휴회 기간이 온전한 형태의 국회 정상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상황은 하루 종일 그야말로 ‘롤로코스터’였다. 이날 아침 10시30분 문희상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를 소집했지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삼척항 방문으로 불참했다. 이에 국회의장실은 한국당의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오후5시 본회의를 열어 이 총리의 시정연설을 개최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후 오후3시 3당 원내대표 만남이 성사돼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때가 오후3시38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구성원 모두에게 국회가 정상화된 만큼 전력을 다해 민생을 보살피고 관련 법과 예산을 챙길 수 있게 노력하자는 제안을 한다”고 말했고 나 원내대표도 “각개, 강행정치가 공존, 합의정치로 바뀌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오후4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은 추인이 불발됐다. 나 원내대표는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다만 한국당은 의총이 남아 있다”며 “추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지를 모아갈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나 원내대표는 합의문에 서명한 지 정확히 120분 후인 5시38분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은 의원들 추인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며 “의원들이 조금 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 당에서 추인이 어렵고 23일 밝힌 선별적 상임위 복귀만 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합의문에 적힌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안은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을 합의처리한다고 적시하지 않으면 이전처럼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통과시킬 수 있어 추인이 안 됐다”며 “반대의견이 만장일치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태흠 의원도 통화에서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도 없고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가 일대일로 만난다는 것도 빠졌다”고 설명했다. 홍일표 의원은 “합의문이 당내에서 이야기가 안 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나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에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리더십에 상처가 난 것은 맞지만 당장 사표를 내라는 사람은 없었다”며 “누구를 다시 뽑아도 쉽지 않아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쪽으로 뜻이 모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합의서를 뒤집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국당 내부에서 국회 정상화를 바랐던 국민 열망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단 한국당 상황이 정리돼야 한다”면서도 “경제원탁회의 등 합의정신은 그대로 살아 있으며 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원회와 소위 활동에 정상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3당은 28일 본회의를 열기로 해 앞으로 3일의 기간이 있어 3당은 다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결국 의총에서 부결시키는 것이 더 큰 힘을 갖고 합의할 수 있다고 보고 한국당 의원들이 더 큰 권한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협상의 문은 열어놓았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한국당의 전향적인 입장전환을 촉구하며 여야 3당이 다시 논의해 조속히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김인엽·방진혁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