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지난 21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 앞에 모여 있다.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루는 시위대는 대부분 검은 옷에 마스크를 착용했다. /연합뉴스
홍콩 내 친중국파 진영에서 “송환법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점차 ‘고립무원’의 처지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의 스태리 리(李慧瓊) 주석은 전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리 주석은 “최근 사태를 생각하면 범죄인 인도 법안의 ‘보류’를 고집하는 태도는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며 “정부 내 모든 관료가 법안 추진이 중단됐다는 것을 아는데 왜 이를 고집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사회를 치유하려는 목적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의 완전한 철회를 발표한다면 우리 정당은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주석은 “대화가 갈등보다는 낫다”며 “최근 시위는 뚜렷한 지도자가 없어 대화가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는 시위 참여자들과의 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그는 지난 12일 입법회 주변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불러들이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홍콩 시민 약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15일 송환법 ‘보류’를 발표했다. 하지만 범민주 진영은 보류가 아닌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홍콩 내 주요 대학 학생회는 정부가 4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향후 정국의 난항을 예고했다. 4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회·12일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철회·12일 시위 과잉 진압 책임자 처벌·체포된 시위 참여자 전원 석방 등이다.
한편 앞서 지난 12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8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시위 참여자 32명을 체포했으며 캐리 람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 처장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시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