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체험기 '라이프 까톡']23개 카바나에 개인 온수풀…동남아 풀빌라 연상 '서울의 오아시스'

반얀트리 서울 '오아시스' 수영장



바쁜 일상에 쫓겨 도심은 벗어나지 않으면서 천혜의 자연 환경은 모두 누리고 나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이 각자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고 만족할 수 있는 호텔 수영장이 있을까. 더욱이 이 곳은 분명 서울인데 동남아시아 어디 좋은 풀 빌라에 온 듯한 낭만과 여유를 즐기며 뼛속까지 시원한 맥주와 얼음을 동동 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솔솔 불어 오는 바람과 코코넛 오일 향기와 함께 신선 놀음을 하는 곳.

미세먼지가 모두 걷힌 맑고 맑았던 지난 주말 남산을 병풍처럼 둘러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야외 수영장 ‘오아시스’를 찾았다.그 동안 오아시스는 회원과 투숙객에게만 개방했지만 최근 한정 기간 동안 1인당 6만원이라는 가격에 비투숙객에게 오픈하면서 당일 오전 11시 오픈과 함께 입장해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놀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미 5월부터 개장한 오아시스는 그도 그럴 것이 날씨가 바람이 불던 다소 쌀쌀하던 덥던 외부 온도의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오아시스의 물 온도는 최고 32℃로 가족 단위 고객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보통 가족 단위 고객들이 호텔 패키지를 찾는 이유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영장 때문인데 특히나 아이들이 선호하는 야외 수영장이 온수일 경우 놀다가 감기에 걸릴 걱정을 덜 수 있어서다.

오아시스는 크게 메인 수영장과 유아용수영장, 영유아용수영장, 자쿠지, 프라이빗 카바나로 나뉜다. 23개 카바나는 해외 반얀트리 풀빌라 느낌을 재현한 공간으로 개인 온수풀이 마련돼 있어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곳을 이용해도 좋다.


동네 이웃들과 우리 가족은 오전 11시 오픈과 동시에 입장했다. 본격적인 수영 시즌이라서 사람들이 많았지만 선베드가 충분했기 때문에 입장 전부터 걱정했던 ‘자리 전쟁’은 기우에 불과했다.

유아용수영장과 자쿠지 방향의 선베드에 넉넉히 자리를 잡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따뜻한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수영장을 가도 물이 차서 웬만하면 잘 안 들어 가던 나로서도 온수 덕분에 거부감이 없어 함께 뛰어 들었다. 다른 때 같으면 하루 종일 자쿠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테지만 제주·서울 신라호텔이나 제주 롯데호텔을 제외하고 야외 수영장에서 풍덩 뛰어 들어보기는 처음이다. 아이들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즐겁고 행복하면 아이들도 함께 행복하기 마련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튜브들을 띄우고 아이들은 그 곳에 누워 눈을 감고 벌써부터 어린 나이에 소확행 놀음을 즐겼다. 호텔 수영장이 재미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루 종일 놀 것이 뭐가 그리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일단 와보면 오히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춥지 않기 때문에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더욱이 친구나 형제·자매 등 함께 놀 수 있는 또래만 있으면 부모를 괴롭히는 일이 없다. 호텔이 자체적으로 띄운 컬러풀한 튜브에 올라 타는 놀이를 하거나 물안경을 쓰고 물 속을 탐험하고 바로 옆 인공 모래 사장에 가서 모래 무덤을 만들어 누워 있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모래를 뿌리며 술래잡기를 하고 부모님이 궁금하면 다시 선베드로 돌아와 자쿠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된다. 수심이 얕은 유아수영장이 시시하다 느낀 아이들은 구명 조끼를 입고 튜브를 타고 깊은 바다를 항해하듯 메인 수영장을 휘젓고 다녔다. 메인 수영장 쪽의 선베드에 누우면 동남아나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키 큰 열대수가 선베드를 따라 줄을 서 있어 그야말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때마침 하늘은 높고 푸르러 사진기를 누르는 곳마다 영화 속 한 장면이었다.

메인 풀 옆에 마련된 오아시스 아웃도어 키친은 수영을 즐긴 뒤 허기를 달래기 좋은 풀 사이드 메뉴도 판매하고 있었다. 입장 시 음식 반입이 안되기 때문에 꼭 사 먹어야 한다. 점심 메뉴로는 샌드위치, 쌀국수, 자장면, 불고기 냉면, 떡볶이, 피자, 아이스크림 등으로 구성된 단품 메뉴를 판매한다. 주로 1만원 후반대에서 2만원대로 가격이 다소 높으며 양은 적지만 음식은 참으로 정갈하다. 저녁에는 풀 사이드 바비큐 뷔페가 준비돼 있다.

선베드에 누워 있던 지인들은 연신 “정말 좋다” “너무 여유롭다” “휴가가 따로 없네”를 외쳤다. 그들은 아이들이 아닌 자신의 호캉스를 만끽하고 있었다. 역시 호텔 수영장은 여유로운 베드의 숫자나 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롱타월, 친절한 서비스와 편의시설 등이 값어치를 하는 듯 했다. 다만 화장실이 좀 멀다는 것이 흠이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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