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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미국에 입양됐으나 양부모가 비자 규정을 잘 몰라 불법체류자로 전락했거나 전락할 위기에 처한 한인 출신 입양아가 약 2만명에 달한다고 월드허그파운데이션(World Hug Foundation·이사장 길명순)이 24일 밝혔다.
WHF는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시민권을 받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된 입양자들을 도와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법인이다. 어려서 입양됐다가 양부모의 학대로 파양된 후 2012년 한국으로 추방된 필립 클레이(김상필)씨가 한국에서도 언어와 문화 등으로 정착에 실패하며 5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2017년 4월 설립됐다.
입양아 중에서는 IR-3 비자를 받아 입양되면 자동적으로 시민권이 발급되지만 IR-4 비자를 받게 되면 양부모가 다시 시민권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양부모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몰라 입양아 중 성인이 된 현재까지 시민권을 받지 못한 사람이 약 3만5000명 에 달하며 이 중 한인이 2만여명이라고 WHF는 설명했다. 현재는 ‘아동시민권법’에 따라 1983년 2월말 이후 출생한 입양인에 대해서는 시민권을 부여하지만 그 이전 출생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WHF는 이같은 이유로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하는 한인 입양인 수가 연간 약 500~1,000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18세가 되기 전 파양됐거나 양부모가 숨지는 등의 이유로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다.
최근 WHF 아시아 대표로 위촉된 서대천(사진) 홀리씨즈교회 담임목사 겸 SDC인터내셔널스쿨 이사장은 “어느날 갑자기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이들은 더 이상 학업이나 진로를 생각하지 못하고 추방당하거나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며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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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F는 최근 미국 미시건주 제네시카운티 플러싱에서 정재계와 교계 인사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입양아 츨신들의 권익보장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앞서 WHF는 지난 5월 ‘성인이 된 입양아 출신 모두에게 조건없이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Adoptee Citizenship Act of 2019·HR2731)이 연방하원에서 발의되게 하는데 힘을 모았다. 후원의 밤 행사에서는 미국 정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안토니오 리베라 주니어씨를 회장으로 추대하는 한편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김남수 뉴욕 프라미스교회 목사, 송병기 목양장로교회 목사를 고문으로 각각 선임했다. 이 자리에는 박효성 뉴욕총영사와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 정순원 뉴욕교회협회장, 김명옥 A/G하나님의 성회 한국총회장, 이종명 국제기아대책기구 미 동부 회장, 그레이스 맹 하원의원, 토마스 수오찌 하원의원, 토비 앤 스타비스키 상원의원 등이 참석하거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길명순 WHF 이사장은 “3만5,000여 미국 입양인들이 자유의 빛인 시민권을 꼭 받아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