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계는 다이내믹(역동적)하잖아요. 30년 동안 일하면서 ‘모 아니면 도’의 기회가 많았는데 운 좋게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환열(56·사진) 자이S&D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규제 등 건설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게 숙제라며 “도심 역세권 등 소규모 개발사업 위주로 접근해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자이S&D는 GS건설이 짓는 아파트의 정보통신사업과 건물 운영관리,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GS건설 자회사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환기형 공기청정 시스템 ‘시스클라인(Sys Clein)’을 개발하며 주목을 받았다.
자이S&D의 지난해 매출은 2,127억원이고 올해는 2,800억원가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자이S&D의 대표를 맡은 그는 “정부 정책의 기조를 보면 대규모 재개발사업은 앞으로 부진하겠지만 중·소규모 정비사업은 여전히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포함해 다양한 소규모 개발사업으로 내년 매출을 4,300억원 수준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목표를 다졌다.
◇‘자이’ 브랜드 론칭 성공=김 대표는 30년간 GS건설에서 일한 ‘GS맨’이다. 지난 1989년 GS건설의 전신인 럭키개발에 입사해 한 우물만 팠다. ‘자이(Xi)’ 브랜드 론칭, 대규모 미분양 사태 해결 등 회사가 큰일을 치를 때 주요 자리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의 경제 파고도 버텨냈고 해외건설 부문 9,000억원 적자라는 위기의 순간은 정비사업으로 돌파했다.
김 대표의 이력에서 첫 번째 큰 성공은 현재 GS건설을 대표하는 주택 브랜드 ‘자이’의 성공적 론칭이다. 그에 따르면 2002년 주택기획팀장을 맡았을 때다. 당시 김갑렬 대표가 삼성물산의 ‘래미안’에 맞설 아파트 브랜드를 찾으라는 특명을 내렸다. 김 대표는 여러 후보를 건의했고 이 가운데 ‘엑스트라 인텔리전스(extra intelligent)’라는 뜻을 지닌 ‘자이(Xi)’가 선정됐다.
그는 “당시 GS건설이 지었던 아파트는 현재 사물인터넷(IoT)처럼 전자기기를 이용해 집안 전기와 가스 등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먼저 선보였다”며 “이 같은 장점을 내세우기 위해 ‘특별한 지성’이라는 뜻의 자이를 브랜드명으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자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영애 등 특급 모델을 앞세워 마케팅을 강화했다. 2002년 론칭한 자이는 현재 아파트 최고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자이는 지난해 11월 부동산114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조사한 ‘2018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에서 2년 연속 종합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김 대표는 “다른 건설사들은 여러 브랜드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브랜드를 바꾸는데 GS건설은 ‘자이’ 하나만 사용한다”며 “그만큼 자부심이 있는 브랜드”라고 언급했다.
◇미분양 사태에도 해결사로 나서=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은 수년간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2010~2012년 GS건설의 미분양 물량은 1만3,000가구가 넘었다. 고양시 일산 위시티자이, 서울 마포구 메세나폴리스 등 미분양 물량은 쌓여갔고 회사의 고민도 깊어졌다.
김 대표는 당시 업계 최초로 ‘애프터 리빙’이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분양가 일부만 내고 2~3년 살아본 뒤 계약을 결정하는 제도다. 초기에 목돈이 들지 않는 만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에게 효과적인 방안이었다. 김 대표는 “아파트는 잘 지어놓았는데 여러 경제요건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인 상태였다”며 “한번 살아보면 만족도가 높을 테고 그러면 집을 사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애프터 리빙’ 카드를 꺼냈는데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합정역 일대 랜드마크로 자리한 주상복합건물 ‘메세나폴리스’는 당시 540가구 가운데 316가구가 미분양이었는데 애프터 리빙으로 전 가구가 완판됐다.
◇3년간 13조 정비물량 수주한 수완가=회사에 어려움이 또 한번 들이닥쳤다. 야심 차게 진행했던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9,000억원가량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며 휘청거리게 된 것. GS건설은 당시 파르나스호텔 매각 등으로 자금을 수혈했지만 본업에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야 했다. 김 대표는 도시정비사업 최전선에 나서 대규모 수주를 연신 따냈다. 2014년부터 3년간 서울 등에서 성공한 수주물량이 무려 13조원에 달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방배동 경남아파트, 광명시 철산주공 8~9단지, 부산시 수영구 삼익비치타운이 당시 일궈낸 수주물량이다.
서초그랑자이로 재탄생할 무지개아파트 수주전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무지개아파트는 삼성물산 서초사옥 인근에 자리해 삼성물산의 앞마당과 다름없는 지역이었다. 타 건설사들은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김 대표는 “우리가 성공할지 확신은 없었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며 “조합원 의견들을 일일이 경청하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김 대표는 2018년 1월 자회사 자이S&D 대표로 이동했다. 기업공개(IPO)와 매출 신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서다. 김 대표는 “현재 자이S&D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올 9월께 상장될 것”이라며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으로 부동산임대 운영 등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중소규모 주택사업도 크게 확장한다. 자이S&D는 김 대표가 취임한 후 중소규모 주택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지난해 10월 남양주 별내지구에 296가구 규모의 주택을 지은 데 이어 올해 수도권에 5곳을 신규 착공할 예정이다. 또 국내 최초로 개발한 환기형 공기청정 시스템 ‘시스클라인’ 보급도 대폭 넓힐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시스클라인의 경우 시제품을 본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3만대 이상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환기형 공기청정 시스템과 소규모 주택사업 비중이 대폭 상승해 전체 매출이 올해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약력 △1963년 경남 진주 △1982년 부산 브니엘고 △1990년 부산대 회계학과 △1989년 럭키개발(GS건설) 입사 △2000년 GS건설 주택기획관리팀장 △2008년 GS건설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0년 GS건설 주택기획담당 상무 △2013년 GS건설 주택분양마케팅담당 상무 △2016년 GS건설 도시정비담당 전무 △2017년 GS건설 주택영업담당 전무 △2018년 자이S&D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