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9주년 행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25일 “69년 전 오늘, 북한군의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시작됐다”며 “한반도는 피로 물들고, 강토는 잿더미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그러나 이제는 세계 열한 번째의 경제 강국, 선진국 수준의 민주국가가 됐다”며 “참전용사 여러분 세대와 그다음 세대의 위대한 성취 덕분”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9주년 행사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 총리는 기념사를 시작하며 먼저 전몰장병들의 명복을 빌고, 국군과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모든 용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부상자와 유가족에게는 위로를 전했다. 이 총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여러분 모두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다”며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9주년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총리 “69년 전 北이 남침…한반도 피로 물들어”
무엇보다 이 총리는 “69년 전 오늘, 북한군의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과정에서 6·25전쟁 북침론을 띄운 데 대해 정면 반박인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21일 조중(북중)우의탑 참배 소식을 전하면서 “제국주의 무력 침공을 물리치기 위한 성전에서 청춘도 생명도 다 바쳐 싸운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을 추모하여 묵상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총리는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가 폐허로 변하는 아픔을 겪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리는 “당시 남북한 인구의 1/5이 사망 실종 부상했고, 인구의 절반이 가족과 헤어졌다”며 “많은 지역에 나무 한 그루도 성하게 남지 않았다”고 참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광복 5년 만에 민족 상잔의 비극을 겪은 후 또 다시 냉전의 희생양이 됐던 시간도 회상했다.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69주년 기념식에 여야 5당 대표가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남북미중러…연쇄 정상회담에 기대
이 총리는 “정전은 전쟁의 끝이 아니라, 냉전의 시작이었다”며 “평화의 노력은 늘 불신과 증오에 압도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김대중 정부 들어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다시 이를 가로막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세월 끝에 현재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는 중대 기회를 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상황이 부분적으로 반전됐다”며 지난 주 북중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한중 , 한러, 미중정상회담이 오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점을 상기했다. 이어 이 총리는 “서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여덟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며 “일련의 정상회담이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리는 “대한민국은 경제와 정치의 발전에 성공했지만, 평화의 정착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전쟁을 기억하며, 평화를 정착시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그 길은 보수와 진보가 따로 갈 수 없다”며 “정부는 온 국민과 함께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1월의 전쟁영웅’으로 선정된 고(故) 김영옥 대령의 조카 다이앤 맥매스, ‘8월의 전쟁영웅’으로 뽑힌 홍은혜 여사의 아들 손명원씨와 여야 5당 대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