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곽경택 감독.
영화 ‘기생충’의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요즘 하루하루가 신바람 난다. 제 자식이나 다름없는 작품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은 데 이어 극장가에서도 9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무로에는 곽 대표만큼이나 ‘기생충’의 성공을 기뻐하는 이들이 있다. ‘친구’ ‘극비수사’ 등을 만든 곽경택 감독, ‘은교’ ‘침묵’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다. 곽 감독은 곽 대표의 친오빠, 정 감독은 곽 대표의 남편이다. 곽 감독의 최근작인 ‘희생부활자’를 제작한 곳도 곽 대표의 영화사다. 곽 대표는 “오빠는 ‘20년 이상을 영화에 오롯이 헌신한 인생이 이제야 보상을 받은 것 같다’며 축하해줬고 남편은 이번 일로 교만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며 “과거를 축하해주는 오빠와 미래를 다독여주는 남편 사이에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무로에는 이들처럼 혈연이나 부부의 연으로 묶인 ‘패밀리 영화인’이 꽤 많다. 감독·배우·제작자 등 맡은 역할은 제각기 다르지만 이들은 영화에 대한 가치관과 비전을 함께 공유하면서 한국영화계의 자산을 살찌우고 있다.
류승완 감독.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베테랑’ ‘군함도’ 등을 만든 흥행감독인 류승완의 아내는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다.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제작사 가운데 하나인 외유내강은 류 감독의 작품을 비롯해 ‘너의 결혼식’ ‘사바하’ 등을 내놓았다. 내달 개봉하는 조정석 주연의 ‘엑시트’도 외유내강의 작품이다. 제작사 이름은 류 감독과 강 대표의 성(姓)을 골라 지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배우 류승범은 류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류승범은 지난 2000년 류 감독의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출연하며 팔자에 없던 배우의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류 감독은 지금도 틈만 나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류승범을 배우로 데뷔시킨 것과 아내와 결혼한 것”이라고 말한다.
케이퍼필름은 ‘암살’ ‘도둑들’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과 아내인 안수현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영화사다.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최 감독은 언제나 시나리오를 쓴 뒤 가장 먼저 아내에게 보여준다. 그는 “영화계 선배이자 훌륭한 감식안을 지닌 아내에게 늘 도움을 받는다”며 “영화 ‘도둑들’과 ‘암살’은 아내의 지적을 반영해 스토리가 훨씬 더 좋아진 경우”라고 소개했다.
최동훈 감독.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
지난 1995년 설립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 ‘조용한 가족’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아이 캔 스피크’ 등 수많은 명작을 쏟아낸 명필름도 부부인 심재명·이은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다. 최근 제작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광풍 속에서도 14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손익 분기점을 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과 배우 엄태구, ‘기담’을 함께 연출한 정범식·정식 감독 등도 ‘형제 영화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