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김학의 동영상이 수사에 장애물 돼… 용산참사 등 개별 사과 검토"

25일 대검서 과거사 관련 대국민 입장발표
"과거사 진상 규명 못해 진심으로 사과"
'피의사실 공표·포토라인 관행 개선' 주장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대검찰청에서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퇴임을 29일 앞두고 검찰의 과거 부실수사와 인권침해에 대해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재수사 과정에서 동영상의 존재가 오히려 성폭력 혐의 수사에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또 용산참사 등 재수사 권고 대상에서 빠진 사건들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뜻을 밝혔다.

문 총장은 2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위원회의 지적처럼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된 사건의 실체가 축소·은폐되거나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자백, 조작된 증거를 제때 걸러내지 못해 국민 기본권 보호의 책무를 소홀히 했다”며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내지 못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해 사법적 판단이 끝난 후에도 논란이 지속되게 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유우성 간첩조작, 용산 참사 등 재수사 대상에 오르지 못한 사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총장은 “따로 (피해자들을) 방문할지, 다른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사과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검찰 입장에서는 과거사위가 가동 중이어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지난해 3월과 11월 각각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고(故) 박정기 씨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한 바 있다. 또 지난 17일에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숨진 희생자들의 유가족 공동체인 ‘한울삶’을 방문해 검찰의 과오를 사과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처리에 대한 비판에 관해선 “수사를 할수록 동영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장애가 됐다”며 “동영상 때문에 성폭력 혐의는 기소를 못했다”고 주장했다. 문 총장은 이른바 ‘김학의 수사단’을 직접 지휘·감독한 바 있다. 그는 “동영상 없는 성폭행은 당사자 진술 필요한데 이게 없었다”며 “직권남용은 공무원들의 자백이 없어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각각 법무부와 대검 산하에 설치돼 이원화된 문제에 대해서는 “민간인과 검사가 섞여서 조사단을 이루는데 외부인이 검찰 자료를 보는 것 자체가 법률상 근거가 없으면 안 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문 총장은 “과거사위에서 넘어온 자료를 보니까 피의사실 공표나 포토라인 문제는 개선해야지 하면서도 진척을 많이 못 한 것 같았다”며 “의사결정 과정 투명화 방안도 강구했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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