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이슈&]항공 면허 남발했나...날개 펴기 힘든 신규LCC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 등 3곳
이르면 '연내 취항' 목표 삼지만
경영권 분쟁·항공기 확보 난항에
경기둔화·경쟁심화로 리스크 커져


지난 3월 국토교통부의 조건부면허를 받은 신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항공기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LCC는 경영권 분쟁까지 겹쳐 계획대로 운항증명(AOC)를 받을 수 있을지 아직도 미지수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인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가 항공기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연내취항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LCC 3사 가운데 플라이강원은 지난 24일 AOC 가인가를 받고 야간비행 등 50시간의 비행 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을 뿐 2곳은 아직 AOC 신청도 못했다. 국토부의 조건부 면허를 받은 신규 LCC 업체들은 1년 내 AOC를 신청해야 할 뿐 아니라 2년 내 취항을 해야 한다. AOC 단계에서는 1,500여개 항목의 안전운항체계 전반에 대한 시험과 시범비행 탑승 점검 등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은 취항 이후에도 3년간 사업계획서를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 사업계획서의 내용을 어길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내년 7월, 9월, 11월을 목표로 보잉사에서 ‘B787-9’를 제작 중이다.

8월 AOC를 신청하겠다는 에어로케이는 사업계획서대로 항공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A-320 기종의 신규 비행기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기종이 품귀현상이 일어나며 급하게 3대의 비행기를 임차했다. ‘보잉737-맥스8’의 사고로 글로벌 항공기 수요가 보잉사에서 에어버스로 쏠리며 구입 대기 순서가 밀려 추가로 비행기를 확보할 수 있을 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 2017년 에어로케이는 항공면허를 신청하며 A-320 신규 비행기 7대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반려 당하기도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홍역을 치러고 있다. 기존 면허발급을 추진한 김종철 전 대표이사가 물러나며 김세영 대표를 새롭게 영입했다. 기존의 공동대표였던 심주엽 대표는 투자분야를 맡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출신인 김세영 대표는 전반적인 항공분야를 담당한다. 경영진이 바뀌며 에어프레미아는 국토부에 변경 면허를 신청한 상태다. 국토부는 최소 근무일을 기준으로 25일 이상 꼼꼼하게 새로운 대표의 결격사유 등 변경면허를 심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가 신규 면허를 받을 때 국토부는 김 전 대표가 제주항공(089590)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점 등을 높이 샀다”며 “국토부는 수익 배분 과정에서 불미스럽게 발생한 경영권 분쟁을 마뜩지 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플라이강원은 신규 사업자 중 유일하게 가인가를 받았다. 보잉737-800 두 대의 항공기도 마련했고, 다음 달에는 객실 승무원 50명이 입사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플라이강원의 취항이 순탄지만은 않다. 당장 조종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LCC 사업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항공기 관련 숙련 인력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숙련된 조종사와 정비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잉사의 라이선스를 가진 조종사들만 채용이 가능하지만, 이들은 이미 기존 항공사에 소속된 상태라 몸값을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 양양공항의 지리적인 특성상 운항이 어렵다는 점, 수도권과 거리가 먼 점 등도 조종사와 정비사들이 기피하는 사유다.

이렇다 보니 항공 업계서는 국토부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수요에 맞춰 신규 항공 면허를 너무 많이 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LCC를 비롯해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부추겼다는 의견도 나왔다. 항공사들은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하락과 LCC 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요 LCC들이 출혈 경쟁이 지속됐을 뿐 아니라 유가·환율 등 ‘이중고’가 겹쳐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평균 40% 수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항공사들은 대기업이나 모기업 등의 지원 아래 항공업을 시작한 터라 리스크가 낮았다”며 “신규 사업자들은 PE나 VC 등의 투자로 회사를 꾸리다 보니 잡음이 많고, 경험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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