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오른쪽), 성우석 콥틱 공동 대표가 ‘브리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제품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콥틱
“회사 설립 때부터 저희 목표는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으로 갈수록 안경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 중 3차원(D) 프린팅으로 만든 안경은 현지에서 70만원 대에 팔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기획·생산·유통·판매 등을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안경 부문에서 혁신을 꾀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박형진(45·사진 오른쪽)·성우석(40) 콥틱 공동대표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브리즘(breezm)’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연내 미국 뉴욕에 팝업 스토어를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콥틱은 2017년 5월 문을 연 스타트업으로 ‘브리즘’이라는 안경 브랜드를 생산·유통하고 있다. 콥틱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안경 제조·유통 업체로는 드물게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다는 데 있다. 고객에게 ‘맞춤형 안경’을 만들어준다는 취지에서다.
플래그십 스토어에 방문하면 사진을 찍어 총 19개 지표로 얼굴 사이즈를 측정한다. 이후 점원이 직접 태블릿PC 화면을 보여주며 측정치와 전체 평균값을 알려준다. 이를 토대로 고객은 안경 크기와 스타일을 고르게 된다. 이때 고객은 직접 태블릿PC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가상으로 안경을 착용해볼 수도 있다. 이를 버추얼 미러(Virtual Mirror·가상거울)라고 한다.
고객이 의자에 앉으면, 병원의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와 비슷한 모양의 장치가 의자를 몇 바퀴 돌면서 측정한다. 이 장치는 얼굴 곡면을 측정해 안경 코·귀 높이를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두 차례 정밀한 측정을 거치면 약 3주 후 3D 프린터로 제작된 나만의 안경테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콥틱은 ‘디지털 생산 시스템’을 통해 재고를 확 줄였다. 3D 프린터를 활용하다 보니 디자인에서 제작까지 3주밖에 소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통상 안경을 주문 제작하려면 6~7개월이 걸린다”며 “그러나 콥틱은 3D 프린터로 그때그때 다품종 소량생산에 나서다 보니 재고를 최소화하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고 대응 능력이 높아지니 심미성까지 제고할 수 있었다. 반면 일반적인 안경 대리점은 안경 재고 다량 들여놓고 판매한다. 문제는 안경이 다른 패션업에 비해 교체 주기가 길다는 데 있다. 안경업이 S/S(봄·여름)나 F/W(가을·겨울) 등의 ‘계절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콥틱은 재고 없이 그때그때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안경을 제작함으로써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보통 안경은 한 번 쓰면 계속 쓰다 보니 계절성을 주기 어렵다”며 “그러나 저희는 재고를 쌓지 않고 곧바로 유행에 맞춰 안경을 제조하다 보니 계절성 있는 안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에 힘입어 콥틱은 지난해 뉴욕패션위크와 서울패션위크에 출품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안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박 대표와 성 대표는 디지털화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표는 “유통은 쇼핑 경험과 직결된다”며 “중간중간에 버추얼 미러 등을 통해 직접 안경을 피팅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고객이 보다 즐겁게 안경을 맞출 수 있게끔 했다”고 강조했다. 콥틱이 지난해 말 강남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마련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 전까진 팝업 스토어로 영업을 했기에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다.
콥틱이 올해 내놓은 핵심 목표가 ‘오프라인 매장 확대’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 대표는 “연내 광화문, 여의도, 판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 분야에서 ‘얼리 어답터’가 많은 30~40대를 겨냥해 비즈니스 상권에 매장을 연다는 복안에서다. 아울러 올해 중으로 미국 뉴욕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현재 사업 파트너 한 명이 뉴욕에서 미리 안경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엔 뉴욕에 팝업 스토어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