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일안보조약 폐기해야”…亞太서 核경쟁 유발 우려

美, 동맹국들 '압박 본보기' 나서
현실성 낮지만 주일미군 철수땐
日, 北中 위협 맞설 자위수단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우방국 중 하나인 일본과 체결한 ‘미일안전보장조약’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수십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전 틀로 작용해온 전후 동맹 균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조약 언급은 미일 무역협상에서 압박용 카드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안보조약을 지렛대로 삼는 동맹국에 대한 압력은 긴밀한 동맹관계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오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 행정부가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를 직접 요구할지도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미일안보조약이 불공평하다며 폐기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에 따라 일본이 공격당하는 경우 미국이 일본을 지원하도록 약속했지만 일본이 미국을 돕는 것을 의무화하지 않은 점을 문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만에 하나 일본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중국과 북한에 전략적 승리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중국이나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수단을 모색하는 일본이 핵 개발에 가세하면서 새로운 핵무기 경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은 약 5만4,000명에 달한다. 기지 이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는 유사시 미국의 전력을 한반도로 전개하는 유엔군사령부의 후방기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당장 미일안보조약을 흔들지 않더라도 이를 계기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추가 압박을 더 거세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서도 일본에 보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측근들과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전이 예정된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부동산 가치가 약 1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부유한 나라가 미국을 이용하는 또 다른 사례”라고 꼬집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협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미일 무역협상에서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미일안보조약에 대한 불만을 표명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무역협상에서 조기 성과를 내기 위해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신문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 때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미국이 부담이 너무 크다며 무역 분야의 양보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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