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엄청나고 압도적인 힘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또다시 경고장을 날렸다. 이란도 이에 지지 않고 내달 7일 핵 합의 이행을 더 축소할 것이라고 재확인하며 맞불 대응에 나서 중동의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이란의 매우 무지하고 모욕적인 발언은 오늘날 그들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며 “어떤 지역에서는, 압도적이라는 것은 말살(obliteration)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이 알아야 할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점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혁명수비대 장성 8명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영방송으로 중계된 내각회의에서 “이번 제재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하다 좌절했다는 방증”이라며 “백악관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이란과 전쟁이 발발한다면 출구전략이 있느냐는 질문에 “출구전략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출구전략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만약 그들이 원한다면 협상을 할 수 있기를 우리는 바란다”면서도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으면 좋겠고, 솔직히 말하면 그들은 그것을 빨리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를 이란에 보내고 싶었느냐는 질문에는 “메시지는 없다”면서 “그들이 준비되면 우리에게 알려줄 것이다. 매우 간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을 겨냥, “그들은 핵무기로 가는 분명한 길을 가졌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과의 과거 핵 합의와 관련해선 “이란에 관한 한 그 합의는 끔찍한 합의였다. 그것은 쓸모가 없었다”며 “그것은 매우 짧은 기간에 끝났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지만 이란도 강경 대응으로 응수하고 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 정부가 예고한 대로 7월7일에 핵합의 이행을 더 축소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지 만 1년을 맞은 지난달 8일 “60일 안으로 유럽이 적절히 응답하지 않으면 핵합의 이행을 축소하는 2단계 조처를 단행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이란은 지난달 8일부터 1단계 대응 조처로 저농축(3.67%)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달 27일 우라늄 저장 한도(300㎏)를 넘길 전망이다. 핵합의 이행 범위를 더 축소하는 2단계 조처는 농축 우라늄의 농도 한계(3.67%)를 더 높이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샴커니 사무총장은 “이란의 ’인내‘를 허약함이나 우유부단함으로 여기는 나라들은 이란의 2단계 조처를 통해 영공을 침범한 미군 무인기에 답한 방식과 이란 국민의 절대적 권리를 묶으려는 기만적인 정치적 술수에 대한 반응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4일 핵합의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이 공동 성명을 통해 핵합의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대해 ’전형적인 정치적 뻔뻔함‘이라고 비난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25일 “유럽 측이 핵합의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만 혼자 의무를 지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