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파트너
인수합병(M&A) 조사기관 머저마켓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M&A 건수는 449건, 거래금액은 무려 532억달러에 달한다. M&A가 점차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시장과 기술, 고객과 브랜드를 한번에 확보해 짧은 시간 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딜로이트가 2001~2007년 미국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5억달러 이상의 M&A 거래 사례가 있는 11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27%에 달하는 31개 기업만이 M&A 전보다 업계 평균이상으로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경험했다. 45%에 해당하는 기업이 업계 평균 이하로 성장했고, 28%에 해당하는 기업은 매출 하락을 보였다. 또 뚜렷한 전략이 없거나 M&A 담당 부서와 인수 이후 실제 운영을 담당하게 될 부서와의 소통 부재로 인한 전략적 혼선, 인수 이후 조직문화 충돌이나 핵심인재의 이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많다.
그렇다면 M&A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인수 이전 단계에서 M&A 거래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잠재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장 진출 계획도 도출해야 하며 구체적인 목표 매출액을 수립해야 한다. 목표 시장 점유율에 대해 인수 기업 내부적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둘째, 인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에서 M&A 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전술을 수립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 포트폴리오, 판매 채널, M&A 이후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서비스 모델이 잠재적인 목표시장에 부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인수 이후에는 양 기업 간의 문화 충돌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 내에 일체화시켜야 한다. 재무, 인사, 정보기술(IT), 기업문화, 지배구조 등 상호 이질적인 구조와 문화에 대한 통합 계획을 사전적으로 준비해놓은 뒤 인수 직후부터 바로 구체적으로 실행시켜야 한다.
성공적인 M&A의 사례로 중국 지리자동차의 ‘볼보자동차’ 인수가 있다. 2010년 볼보를 인수할 당시 지리자동차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고 유럽의 언론들은 ‘중국의 농촌 총각이 북유럽 공주와 결혼하려 한다’고 말할 만큼 존재감 또한 미비했다. 하지만 지리자동차의 리슈프 회장은 철저한 사전전략 수립과 볼보를 발전시킬 사업 계획 및 실행 보고서를 제출했고 끈질긴 구애 끝에 인수에 성공했다. 인수 직후 볼보자동차의 독자적인 경영권을 보장하고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차츰차츰 통합해나가며 성공적인 M&A의 역사를 쓰고 있다. 또 지리자동차는 2018년 메르세데스벤츠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한 바 있다.
M&A 거래는 분명 기업의 매출과 비용절감에 대한 시너지 효과는 물론 효율적인 사업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거래 성사에 대해서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거래 성사 자체는 기업의 성장을 위한 첫 관문에 불과하다.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거래 성사 이전과 이후에 명확한 목표 아래 일관되고 지속적인 의사결정과 통합을 실행해야 한다. 기업은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아 M&A 성공을 위해서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가 시작 단계에서부터 통합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