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23일 북한 황해북도 송림 외곽 8~10㎞ 지점에서 규모 2.4~3.4의 지진이 다섯 차례나 발생했다. 대동강 연안을 따라 평양 남서쪽 37.6㎞ 지점에 있는 송림은 지진 다발 지역이기는 하나 이렇게 단시간에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것은 심상치 않다. 최근 일본과 중국·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며 불안감을 자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이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으로 몸살을 앓은 남한 동남권보다 지진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박정호 지질연 지진연구센터 박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남한에서 지진 위험이 제일 높은 동남권(지반)이 안정되면 다음 어디가 약하냐, 서울 강남은 모래사장이라 지진에 상대적으로 진동이 크기는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보다 평양이 더 약하다. 평양이 남한 동남권보다 더 지진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양과 연결된 게 (인천) 백령도인데 백령도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전쟁 중인 1952년 3월 평양 인근 강서군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 1900년 이후 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으로 기록됐다. 그해 4월 진앙 인근 은천군에서도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했다. 백령도 해역에서는 2003년 3월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나 서울·대전 등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2013년 5월에도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역사를 더 거슬러가면 서울에서도 1518년 규모 7.0으로 추정되는 강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박 박사는 “강서 지진 당시 소련(현 러시아)이 이 지진을 분석해 발표했는데, 대동강 벨트가 위험하다는 것은 지질학자들은 다 안다. 평양 근처에 지진계를 많이 깔아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지진 예측과 관련, “지진이 날 것 같은 단층 주변에 지진계를 놓고 레이더로 서로 쏘는 등의 물리적·화학적 관측은 오래전부터 했다. 지진 예지·전조현상도 지하수가 움직인다든지, 라돈이 갑자기 증가한다든지 등 일본에서 오래 실험했는데 아직 모델이 정립 안 됐고 잘 안 맞는다. 일본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아직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지진국의 경우 과거 중국에서 했던 것처럼 지진 발생 시 가장 먼저 나오는 P파를 개가 감지해 짖는 것에 착안해 개를 훈련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환경부(기상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지질연)는 경주 지진 이후 2017년부터 활성단층 조사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은 국내 지진 연구가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활성단층 지도 작성도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작하는 게 아니라 포항과 경주 등 동남권을 시작으로 전국 5개 권역을 5년씩 조사해 오는 2041년까지 1,17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국장은 “남북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백두산 화산이나 지진 등의 연구를 공동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