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로 초단기채에 돈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국고채 10년물 등을 주로 담은 장기채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채권형 펀드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피하고자 듀레이션(잔존만기)이 짧은 단기채 유형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방망이를 길게 잡고 있는 게 성과가 좋았다는 분석이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연초(6월24일 기준) 이후 8조692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을 기초로 한 상품들의 인기가 좋았다. 초단기형(평균 듀레이션 약 6개월~1년)에는 최근 한 달간 총 5,427억원이, 연초 이후에는 2조284억원이 새로 늘어났다. 개별 상품 중에서도 평균 듀레이션이 1~3년인 중·단기형에 자금이 몰렸다. 한 달간 2,643억원이 순유입돼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동양하이플러스채권’의 경우 평균 듀레이션은 1년 8개월 수준이다. 한 달간 1,900억원이 들어온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도 평균 만기가 1년 4개월이다.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채권형 펀드들이 여전히 인기인 셈이다.
하지만 단기형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NH아문디Allset단기국공채’ 및 ‘한국투자엄브렐러’ 등 연초 대비 수익률이 하위권에 머무른 상품 대부분은 초단기 유형이다. 초단기형의 평균 수익률도 1.08% 수준이어서 국내 채권형 전체 평균 수익률(1.63%)에 미치지 못한다.
반대로 수익률은 만기가 긴 장기채 상품들이 더 높다.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7.00%)’ ‘KB장기국공채플러스(4.45%)’ ‘키움KOSEF10년국고채(4.05%)’ 등 연초 대비 수익률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다수가 국고채 10년물 등을 담은 장기 유형이다. ‘NH아문디Allset국채10년’ 등 국고채 10년물을 주로 담은 상품들도 연초 후 수익률이 3~4%로 올라 국내 채권형 평균 성과를 웃돌고 있다.
장기형의 고성과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장기물 금리가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5%대에 머물면서 기준금리 아래를 맴도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 차도 지난해 말 0.2%포인트에서 이달 24일 현재 0.123%포인트까지 낮아질 정도로 장기금리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면서 장기형 상품의 수익률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본다. 장기채는 금리 변동에 따른 수익성의 변화를 장기간 적용받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할 때는 더 많이 상승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7월 한은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경우 장기채 금리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