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아카사카의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안전보장조약과 관련해 “일본은 미국이 공격을 받아도 전혀 도울 필요가 없다”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사석에서 미일 안보조약 폐기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이득을 취하며 일본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공격받으면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을 맞아 싸우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생명과 자산을 걸고 일본을 보호하고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면 “일본은 미국을 전혀 도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소니 텔레비전으로 (미국에 대한) 공격을 지켜보면 된다”며 미일 안보조약의 형평성에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과 일본은 1951년 태평양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전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서명한 이후 이듬해 ‘미일 상호협력 및 안정보장에 관한 조약’이란 이름으로 이를 개정했다. 이 조약에는 일본이 공격받을 경우 방어 목적으로 미군의 일본 주둔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안보조약에 일본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돕는 것을 의무화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미·일 양측 의무의 균형은 잡혀 있다. 편무적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또 양국 정부 간에 안보조약 재검토는 일절 거론된 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과 관련해 거듭 불만을 드러내면서 G20 정상회의와 별도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과의 대화에서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미일 안보조약 폐기를 언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