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러 라이브’, ‘사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등 다양한 작품에서 걸크러시 매력을 입증한 배우 전혜진이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쥔 마약 브로커로 돌아왔다.
전작 ‘불한당’에서 마약 전담반 경찰 ‘천인숙’ 역을 맡아 거친 조직폭력배 사이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면, 이번 ‘비스트’에선 외관상 더 강해 보이기 위해 피어싱과 타투, 스모키 메이크업 등을 하지만 속은 여린 마약밀매범을 연기했다.
전혜진은 한국 영화에서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자 스타일링부터 말투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 이정호 감독은 “단언컨대 전혜진 이외에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내보이기도.
26일 개봉한 영화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
‘춘배’란 캐릭터는 ‘끌림’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게 해준 캐릭터였다. 전혜진은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생각보다 어두웠고, 춘배 캐릭터가 자칫 잘못하다간 영화 기본 톤 안에서 너무 튈 거라는 위험부담이 있었다. ”고 고민을 털어놨다.
춘배는 즉흥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며, 자신의 몸 안에 그 기억을 새기기도 한다. 언뜻 어린아이 같은 면모도 보인다. 전혜진은 춘배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그렸다.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불우하고 외롭게 자란 아이다. 의지할 제대로 된 어른도 없는 상태에서 잘못된 길로 빠져 약을 구하러 다니고, 그렇게 살면서 교도소도 들락거렸을 거다. “라고.
‘춘배’의 본 마음은 ‘제발 자기를 안 쳐다봤으면’ 했다. 그는 “자기를 좀 더 과대포장해서 건드리지 말라 이런 의미를 계속 은연중에 내비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항상 후드를 쓰고 다닌다거나 징을 박고 있거나 문신을 하는 친구다. 사람을 해 할 때마다 그에 관련한 문신을 몸에 했을 거라고 설정했다. 어디선가 구한 누더기를 덮고 있다. 강한 척 하지만 이 안은 굉장히 약한거죠. 조직내에서도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외모적으로 덧댄 것 같다. 남자였다면 모르겠는데 여자니까 그 안에서 더 세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하다보니 더 이상해보였을 것 가다.”
‘춘배’는 저돌적이지만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강력반 에이스 ‘한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 속에선 한수 역을 맡은 이성민과 치고 박는 몸싸움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이성민 선배의 연기 스타일과 연기를 믿기 때문에 믿고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다른 배우였다면 실수라도 맞았으면 기분이 나빴을 텐데 성민 선배라서 괜찮았다. 그럼에도 눈물이 나긴 하더라. 성민 선배가 저를 발로 차는 장면이었는데 쓰레기 더미 속에 제 얼굴이 파묻혔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끊지 않고 계속 가야 했다. 둘 다 극한의 감정이 치달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성민이라는 배우의 몰입감이 엄청나서 완전히 장면에 몰입해 있었다. 정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라”
전혜진은 ‘춘배’란 비뚤어진 인물을 끌고 가는 핵심 원동력은 ‘절실함’이라고 했다.
“춘배는 비뚤어진 캐릭터이다. 정상 인물은 아니지 않나. 그런 건 있다. 대본엔 없지만 내 안에선 연민이 생기더라. 춘배가 이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춘배가 한수의 경찰서까지 찾아오면 안되는거다. 그런데 애는 당장 자기가 죽게 생겼으니까 찾아가는거다. 그런 절실함이 보였으면 했다.”
영화 속에선 춘배의 분량이 좀 더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솔직한 성격의 전혜진은 ”영화를 보면서 춘배의 퇴장이 조금 아쉽더라. 춘배가 조금 뭔가를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전혜진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중이다. 현재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에서 최고의 포털 사이트 유니콘의 이사이자 KU그룹의 며느리인 송가경을 연기한다.
화려한 수식어를 가졌지만 알고 보면 ‘시댁의 개’라고 불릴 정도로 공허한 삶을 사는 송가경을 전혜진은 우아하면서도 담백하게 연기한다. 표정과 대사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가경의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으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스타일링 역시 단정하면서도 깔끔하지만 화려한 악세서리로 포인트를 살린, 럭셔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혜진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최대한 내 안의 비스트를 꺼내려 노력했는데, 그런 것을 같이 느껴주시면 좋겠다. ”고 당부했다.
전혜진의 숨겨진 ‘비스트’는 다양한 연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언제 그렇게 욕을 시원하게 해보겠나. 언제 액션을 해보겠나. 그런 것은 흥미롭다“며 “검블유에서도 평상시 절대 입지 않는 슈트를 입고 나온다. 작품으로 풀 수 있다는 게 좋다”고 전했다.
‘비스트’는 두 인물의 감정 변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혜진은 “상업영화지만, 주인공의 감정을 깊이있게 파고 또 파고 들어가는 게 좋았다” 며 “우리 모두가 ‘선’과 ‘악’이란 뭔지. 정말 나약한 존재들이구나.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보면 영화적으로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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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