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흑석3·송파 미성크로바 등 후분양 확산...분양 공백 오나

주택보증공사, 고분양가 규제에
강남권외 정비사업지까지 번져
2년여간 분양시장 사실상 폐업
분양가 상한제 민간확대가 변수


강남권에서 시작된 후분양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 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규제에 나서자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물론 그 외 정비사업지까지 규제를 피해 후분양을 검토하는 중이다. 후분양은 아파트 건설 공정의 80% 이상을 마친 후에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것이다. 이때 분양하면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공급 공백이다. 서울 주요 아파트들이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돌아서면 2년여간 분양시장은 사실상 개점 폐업할 게 뻔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도입 검토를 시시한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후분양 단지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확산되는 서울 후분양 단지 = 27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외에서도 후분양을 검토하거나 사실상 확정 짓는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 중구 입정동 힐스테이트 세운(세운3구역)은 사실상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여의도도 아파트 분양에 대해서는 후분양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흑석뉴타운 3구역은 지난 21일 고분양가 규제 강화 직전 3.3㎡당 평균 2,813만 원에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은 사당3구역과 가깝다. 새 고분양가 규제 따르면 1년 내 분양단지의 분양가를 넘을 수 없다. 이는 조합에서 책정했던 3,200만 원대 분양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7월 분양을 앞뒀던 힐스테이트 세운도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변 입주 10년 차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기준 HUG의 분양가는 3.3㎡당 2,700만 원으로 시행사의 분양가 3,200만 원과 격차가 크다. 브라이튼여의도도 우선 오피스텔은 분양하기로 했지만 아파트는 후분양을 고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흑석9구역도 흑석3구역에 이어 후분양을 옵션으로 뒀다. 흑석9구역 관계자는 “시공사와 계약 시 원하는 분양가를 HUG가 승인해 주지 않을 경우 후분양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우려되는 분양시장 공백 =
후분양 단지가 늘면서 전문가들은 분양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 삼성동 상아 2차(115가구),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346가구),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479가구) 등은 이미 사실상 후분양을 확정 지어 분양이 준공 시점인 약 2년 뒤로 밀리게 됐다. 이 외에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5,056가구),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1,206가구), 개포주공4(238가구), 대치동 구마을(120가구), 서초구 반포동 반포우성(138가구), 방배동 방배5구역(1,386가구) 등도 내부적으로 후분양을 논의 중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팀 수석전문위원은 “입주 시점에 큰 차이는 없겠지만 공급에 대한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후분양은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분양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 중 후분양에 나서는 과천시 과천 주공1단지(퍼스트 푸르지오 써밋)에 주목하고 있다. 조합은 후분양의 장점을 활용해 3.3㎡당 분양가 4,000만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자체가 분양승인 과정에서 분양가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을 민간 택지로 확대할 지도 관심이다. 이렇게 되면 ‘후분양(100% 준공 후 분양)’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택지비에 건축비만 분양가격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사업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의 분양 가격에는 건축비 외에 금융비용을 포함한 사업비가 포함돼 있다”며 “강남권 고분양가 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