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부동산 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집값 과열 시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재개발·재건축 등)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 상한제는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결정하는 제도로 현재 공공택지에만 시행되고 있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미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할 수 있는 법은 마련돼 있다. 즉 국토부가 별도의 법 개정 없이 시행령과 부칙 등만 고쳐 바로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경우 상한제 시행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는데 이것도 별 의미가 없다. 시행령·부칙만 고치면 소급적용으로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단지로 대상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지난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을 때도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기준으로 소급적용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분양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물량 공급 축소로 연결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 관리처분 아닌 입주자 모집승인부터 적용=정부는 2017년에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주택법 시행령을 보면 상한제 요건으로는 집값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 넘게 오르고, 주택매매 거래량이나 청약경쟁률이 일정한 기준에 맞으면 지정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뿐 아니라 서울 지역 상당 부분에 적용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지정하지 않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정부가 옛 규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서울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으나 ‘9·13대책’ 이후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이 기준은 만족하지 못한다. 하지만 요건을 변경하면 집값 상승, 거래량 증거, 청약경쟁률 급등과 관계없이 지정할 수 있다. 즉 요건을 더 강화하거나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지역으로 요건을 바꾸면 집값 상승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 변경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다. 바로 국토부 선에서 가능하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를 민간으로 확대하면서 소급적용도 가능하다. 주택법을 보면 재개발·재건축의 분양가상한제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부터 하도록 돼 있다. 앞서 정부는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때 부칙을 통해 ‘입주자 모집승인일’로 소급적용한 바 있다. 상한제 지역 지정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빠져나갈 구멍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입주자 모집공고일로 소급적용하면 후분양 단지는 물론 상한제 시행 이후 분양하는 모든 단지가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는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공개 항목은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등 7개 항목이다.
◇밀어내기 분양·미분양 사태 등 부작용=문제는 부작용이다. 앞서 2007년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자 당장 2007년 12월1일 이전 분양승인을 받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이 성행했다. 단기 공급 증가와 이후 공급 부족이 오가면서 주택시장은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2007년 11만2,254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물량은 2008년 16만5,599가구로 늘었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분양 쏠림과 공급 부진이 겹치면서 2009년에는 인허가와 분양 물량이 IMF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인허가 물량은 34만가구로 2000년 평균 대비 67.4% 수준에 불과했다. 분양 물량도 평균 28만5,343가구에서 25만3,695가구로 88.9%를 채우는 데 그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인해 신규 분양 부족이라는 후폭풍을 겪었다”면서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를 낮추는 차원을 넘어 주택·건설 시장 전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분양가가 내려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로또 분양과 신규 아파트의 희소성을 낳아 또다시 아파트값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